그리고 다시 도전한다.
글 쓰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시간의 흐름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한 동안 나는 꽤 들떠 있었다. 고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 참가해 보는 공모전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꽤 많은 공모전에 스스로 참가하고, 학교의 권유로도 참가하고. 참 많은 주제에 맞게 글을 썼고, 때로는 자유 주제로 짧은 글을 쓰기도 했다. 또 어느 정도 길이가 긴 소설 같은 글을 쓰기도 해 봤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라서 참가하기도 했고, 그리고 교내에서는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추천받아서 쓰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글로 먹고사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회에서 그럴싸한 성과는 없었다. 가작도 없었다.
돌고 돌아 결국엔 나에게는 재능이라는 게 없구나라는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할 뿐이었구나'라고.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었지만, 그 시절의 나는 당장 월세를 내지 않으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놓여 있는 편부모 가정의 가난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렇게 현실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라는 대로 해 왔다. 글을 쓰는 여유 따위는 내 삶에서 사라졌다. 공모전에 내기까지의 용기도 더 이상 나지 않았다. 그래도 무언가는 계속 쓰고 싶은 욕구는 남아 있었기에 일기는 써 왔을 뿐이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일하는 삶이었기에 지쳐 쓰러져 잠드는 날이 많았지만, 꾸역꾸역 메모를 남겨놓고 자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이, 어떤 시점에 나는 일본어에 빠져서 일본어 공부를 하게 되었고, 어느 날에는 일본에 갈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일본으로 떠났고, 그렇게 18년이 흘렀고, 그리고 아직까지도 살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해 보니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20년 전이라니, 10년 전도 아니고, 20년 전이라니. 나는 벌써 40살을 넘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2025년 6월의 어느 날. '재외동포 문학상'이라는 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랜덤으로 내 계정에 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넘겼다. 그런데 또 랜덤으로 걸렸다. 한번 그 내용을 확인해서인지, 여기저기에서 '재외동포 문학상'이 눈에 띄었다.
써 보라는 건가. 해보라는 건가. 그때와는 다르게 이런저런 경험도 많이 쌓였고, 쓸거리도 많아졌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고, 나의 삶이 달라졌으니까 다시 써 보라는 건가?
2008년 6월에 워킹홀리데이로 일본 도쿄에 온 나는 전과는 다른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살던 나는 정말 땀을 잘 안 흘리고 더위도 잘 안 타는 체질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었다. 그런데 도쿄의 여름을 처음 경험했던 24살의 여름, 내 온몸의 땀구멍이 드디어 다 열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라고 외치는 듯이 땀이 솟구쳐 나왔다. 습한 도쿄의 더위에 내 삶이 달라졌다.
같은 6월이라서 그랬던 걸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글이 써졌다. 급하게 수필을 하나 쓰게 되었고, 정말 오랜만에 퇴고라는 과정을 거쳐서 응모까지 했다. 정말이지 그 과정이 롤러 미끄럼틀을 타듯이 너무나 매끄럽고 걸림돌이 하나도 없었다. 스스로 기대감이 점점 커져갔다. 온난화로 더 뜨거워진 도쿄의 여름과 함께 내 마음까지도 뜨거워졌다.
결과는 9월. 그 사이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결국에는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무언가 상을 받게 되거나, 혹은 아무 상도 받지 못하게 되거나. 전자일 경우에는 정말 좋겠지만, 후자일 경우를 더 상상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9월이 되었다. 결국에는 후보작에도 들지 못했다.
마음이 무거웠고 오전 중에는 꽤 심란했다. 결국에는 또 안 되는 것인가. 포기하라는 건가. 정말이지 뭐 하나 단 한 번에 되는 게 없는 세상. 나만 그런 걸까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그렇게까지 깊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약간의 스크래치가 생겼을 정도로 끝났다. 다행히 지금 이렇게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는 정도로 마음이 단단해졌다.
더 많이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 많은 글을 읽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가고 싶다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실패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한다. 나는 성장캐니까. 다시 무엇이든 쓰고 싶어 졌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