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내일 당장이어도 좋을 텐데...
드디어 회사를 그만두는구나!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왔고 고민해 왔던 결정을 내리고, 드디어 실천하게 된 걸 축하해.
입사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는 IT 업계에 취업을 하고 싶어서 JAVA 공부를 해 보기도 하고, 몇 군데 면접을 보기도 하고. 이 일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났지. 개발자가 되고 싶었고, 그런데 마음과는 다르게 개발 일이 너에게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말이야. 현재까지 하고 있는 품질관리라는 것도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 시간도 있었지만, 현재는 또 생각이 바뀌었네.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오래 해 왔으니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첫 직장을 추억해 봤어.
도대체 어디를 첫 직장으로 해야 하는 걸까. 정직원으로 다니기 시작한 곳을 첫 직장으로 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20살 무렵 일했던 바 몇 곳을 추억해 보자.
그때는 정말 잠을 잘 수가 없었지. 공부는 하고 싶고, 생계를 위해서 일은 해야 했고. 낮에 평생 교육원을 다니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 밤에 일하는 일을 선택했고, 그중에서 그나마 건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바에서 정직원으로 일하면서 칵테일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와인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 상식에 관한 책을 구입하지는 못 하고 출퇴근하면서 교보문고에서 서서 보고는 했지. 그래도 책 보는 걸 좋아하는 나라서 정말 다행이었어.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본 책들이 준 지혜로 사람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끊이지 않았고, 말주변이 좋은 사람들을 따라 하다 보니 너도 금방 배우기가 좋았지. 그때는 그 바텐더라는 일이 나와 잘 맞는다고 느끼기도 했어.
하지만 역시나 밤에 하는 일은 힘들었어. 몇 년을 하다 보니 몸에서 반응이 나왔지. 아토피는 점점 심해지고, 아토피가 심해지다 보니 스트레스도 커져갔고.
그래서 너는 학사 학위를 받고 나서 바로 낮에 풀타임으로 일 할 수 있는 곳으로 직장을 바꿨지. 아마 그때부터였어. IT 쪽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새로 바뀐 일은 텔레마케터지만, 인터넷 기술 부서였기 때문에 이 쪽 업무에 대한 아주 얕은 지식을 하나씩 습득해 나갔지.
제법 말하는 걸 좋아했던 너는 텔레마케터 일도 꽤 잘했어. 그때는 또 이 일이 나랑 맞는 건가? 싶었던 시기도 있었지. 하지만 전화 대응을 하는 일에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좋지 않았던 걸까, 지치는 순간이 있었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지금이야 법이 바뀌어서 업무 개선이 많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때는 아니었거든.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전직을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게 되었어.
그 와중에도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했던 게 정말 너의 인생을 이렇게 바꾸게 될 줄 그때는 상상도 못 했지. 아니면 조금은 상상하긴 했었을까? 언젠가는 써먹을 곳이 있을 거라고 말이야.
일본어 공부를 하던 중에 일본인 친구가 생겼고, 그 후로는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에도 가게 되었어. 사실 일본 워킹 홀리데이는 한번 떨어졌었잖아. 그때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시도하고, 기회를 잡게 된 건 정말 큰 한 걸음이었어. 그때의 선택이 너의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일본에 도착해서도 일본어가 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일을 바로 구할 수 있었잖아. 첫 번째 면접에 한 번에 붙어서 여행사에서 바로 일 할 수가 있었지. 운도 좋았지만, 그런 운을 잡을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병행하면서 몇 년을 지냈기 때문이기도 해. 정말 잘한 거야.
바로 전에 한국에서 했던 전화 업무가 일본에서 꽤 큰 힘이 되기도 했지. 다행히 일도 금방 익숙해지고 잘해서 그 여행사에서도 정직원으로 일하게 되고, 비자 변경도 하게 되고. 정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의 트러블도 있었고 말이야.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일은 어떻게든 해 나갈 수 있어.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이 뜻이 맞지 않고, 결이 맞지 않으면 정말 계속해 나가기가 힘들어져.
5년 넘게 한 곳에서 일하면서, 장래를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IT 업계로 전직을 한 것도 아주 좋은 결정이었어.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도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나 낳고. 그렇게 전직한 지금 회사에서 2013년 1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12년 3개월. 정말 정말 고생 많았어! 수고했어! 기특해 정말!
실패가 많기도 했어. 사실 개발 업무를 해보고 싶었지만,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말이야. 오랜 시간 공들였던 자격증도 몇 번이나 떨어지고. 많이 속상했지? 정말 열심히 한 시기도 있었는데, 차별을 느끼는 순간들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의욕의 계단이 하나씩 떨어진 것 같아.
중간에 전직의 기회도 있었지. 생각해 보면 그만둘 타이밍도 몇 번이나 있었어. 집 문제 때문에 바로 그만두지 못하고, 결국에는 이 날까지 오게 되었네.
아마 그만두고 나면, 왜 더 진작에 그만두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 이 회사에 처음 들어올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고, 일본에 처음 왔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지. 무엇이든 새로 시도한 것에 대해 왜 진작에 시작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하게 되는 거 같아. 그건 새로 시작한 일들이 대부분 아주 잘 되었기 때문이야. 만약 새로 시작한 일이 잘 되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겠지?
내가 지금까지 노력하고 준비했던 것들, 계획했던 것들은 헛된 상상이나 쓸모없는 것이 아니야. 다 지금의 시간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었던 거야. 당시에는 방황할 수는 있지만, 돌아보면 모든 게 지금을 위해서 준비한 시간들이었나 봐.
일을 그만두고 나면 왠지 헛헛한 기분이 날 수도 있을 거야. 금전적인 문제로 고민이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 다시 일을 좀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어.
하지만, 잘 생각해 봐. 20여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말 꾸준히 이 일이 나와 맞는 일이다, 좋아하는 일이다라고 계속 같은 생각을 했었는지 말이야. 대부분 시작할 때는 좋아한다고, 그리고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나와 맞지 않는 일이다 생각했고 또는 사람들에게 질려버렸어.
아마도 일을 그만두고 나서 한동안은 좋을지 모르지만, 불안할 때도 있을 거야. 그때를 위해서 지금 열심히 글쓰기를 꾸준히 해 오고 있는 거잖아. 이걸로 하자. 좋아하는 일로.
투자도 열심히 하고 있잖아. 어느 정도의 수익률도 있고 말이야.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지난 6년간 열심히 알아보고, 하나씩 씨앗을 뿌려놨던걸 이제는 수확할 때야.
잘할 수 있어. 언제나 그랬으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 지금을 즐기길 바래.
그리고 이 글을 언젠가 5년 후, 10년 후에 되돌아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상상해 보길 바래. 지금의 선택이 또 좀 더 빨랐으면 좋았을걸,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될 거야.
지금까지 20여 년간 회사 생활 수고 했어. 작가로서의 인생을 응원할게.
2025년 11월 13일
브런치 작가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