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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펭귄 Aug 06. 2023

페티쉬 사회

페티쉬란 물신주의를 뜻한다

믿음, 숭배 같은 감정 에너지의 대상이

본래의 대상에서 그를 대리하는 존재로

전이된 증상이다

신이 아니라 십자가를, 성배를,

성흔이 묻은 천조각 같은 성물을

숭배하는 게 대표적인 페티쉬이다


한국 사회는 물건이 아니라

대리인에 대한 페티쉬가 특징적이다

종교로 말하면 목사, 스님같은

종교인을 믿고 숭배하는 형태로 많이 나타난다

법 페티쉬도 심각한데

법이 권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판사, 검사, 변호사가 법의 권위를 편취한다

주장과 입증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과

그들만의 렌트를 유지하기 위한 법조계의

인적 네트워크로 인해

사람들은 법보다 판사, 검사, 변호사에게 매달린다


언론권력도 페티쉬를 부추긴다

유명인의 스캔들 보도가 그것이다

시스템의 문제를 한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여

분노의 대상을 전환하고

사람들은 유명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했다는

페티쉬적 만족을 얻는다


이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가까운 것’ 페티쉬다

내 눈에 가깝고

내 현재감정에 가깝고

이해하기가 쉬워서 문턱도 낮으면

바로 물어버린다


이런걸 보면

예능에서 간간이 보이던

속이 보이지 않는 검은 박스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를 놓아두고

만지게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연예인들은 살짝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지르곤 했다


한껏 논리적인척 쓴 베스트댓글과

그에 눌러진 폭발적 추천수가

그 장면과 겹친다

사태의 표면만 닿았는데도

화들짝 놀란 사람들의 비명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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