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괴는여자들 외_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외로움의 땅을 파헤치는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사진 작업과 다양한 이들의 글로 이어진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는 외로움을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읽어낸다. 개인에게 전가해왔음을 밝히며 사회 구조가 만든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위해, 외로움을 가속화하는 자양분이 아니라 연결됨의 자양분을 만들기 위해 ‘나’를 드러내고, ‘너’를 만나, ‘우리’를 그리는 작업을 만들었다. 외로움을 새로이 만나는 턱괴는여자들의 이야기가 반가웠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기 시작하며 오래된 소외를 끊는다.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턱괴는여자들 외 지음, tohpress
p10 “외로움은 사회 구조적으로 형성된다." 이 논리는 문장으로 정리되기 전부터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p11 경제 권력은 문화 권력과 긴밀하게 연결되므로, 미디어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이미지 가운데 자신을 투영할 피사체가 없다는 사실은 곧 지금 딛고 있는 땅에서 '내'가 직간접적으로 배제된다는 뜻이다.
p13-14 외로움은 사회 구조라는 토대로부터 자란다. 외로움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이라고 쉽게 얘기하곤 한다. '네가 나약하기 때문에', 혹은 '노력을 덜했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그러나 외로움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촘촘하게 얽혀있는 식물에 가깝다. 한 사회의 결정권자, 구체적으로 사회 내에서 정상성의 기준을 만드는 자, 가시성의 역학을 결정하는 자들은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외로움의 씨앗을 심는다.
p16 살던 집에서 나이 들고 싶은 노인은 열명 중여 덟 명이 넘는다. 그러나 노화하는 몸은 평생 살았던 집에서도 점차 소외의 대상이 된다.
p27 ‘나'의 모습을 보고, 드러내고, ’서로' 마주 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로움을 끊어내기 때문이다.
외로움의 땅 위에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자신 을 직면하고, 사회에서 자꾸만 감추는 나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다음은 비슷한 외로움을 모으는 일이다. 친구의 사진을 함께 보고, 서로 살아온 시간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꿈꾸고, 발화된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 이 일련의 행위는 서로의 눈을 통해 겹쳐지는 상을 만든다. '나'를 투영할 수 있는 이미지가 없던 외로 움의 땅에 끼어들어 '보이게' 만들고, 주변과 '연결'되게 한다.
p124 여성 대상 폭력의 피해자였던 내가 최악의 전쟁과 학살을 일으킨 가해자의 나라에 와서 위안을 얻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것은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 너머, 이곳이 충분히 기억하고 애도하는 곳이어서일 것이다. 도시 한복판에 홀로 코스트 기념관이 있고 폭탄으로 파괴된 교회를 재건 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는 곳이어서. 혹은 추방당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모두가 이방인일 때는 누구도 이방인이 아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