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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Nov 03. 2024

우천사와 폭설, 퀴어영화

모처럼 일정이 없던 11월의 첫 번째 일요일:)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혼자 보면 될 것이지만~ 사적 일정을 만들어 친구들이랑 같이 두 영화 모두 퀴어 서사 영화로 연이어 상영인 것이 너무나 딱이었다. 우천사로 불리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와 <폭설>은 공교롭게도 각각 여름의 바다와 겨울의 바다가 나오는 대비되는 계절과 분위기 그리고 공통의 요소가 있었다. 또한 고등학생인 것과 시대 배경 역시 지금보다 과거인 공통점도. (폭설은 명시되진 않았지만 사용하는 휴대전화 기종을 보며…)


박수연, 이유미, 신기환 배우 등이 나온 <우. 천. 사>는 1999년이란 시대 배경을 명확히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세기말, 의 사랑이란 것으로서 갖는 의미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99년에 중학교에 입학했던 나는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인물들과 시대에 극공감하는 지점들이 있었다. 일단 압도적으로 음악! 아 특히나 포스터 버전으로도 있는 예지와 주영이가 꽁냥하는 장면에서 나온 고호경 노래에 마음이 완전 장난 아니었다. 당시 좋아했던 그러나 비주류의 노래가 나오니 어머나 감독님 뭡니까 모드… 에 으샤으샤에 같이 으샤으샤도 해버림. 이 영화는 퀴어 로맨스만 담고 있진 않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엘리트 스포츠계의 이른바 미투와 같은 성적 폭력 피해와 연대하여 그에 맞서는 여성들의 저항을 보여주는 여성연대 영화이기도 했고, 어떻게 십대 청소년이 부모 등 원가족으로부터 속박되거나 자원이 없이 자유로울 수 없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영화이기도 했고, 퀴어한 관계와 다양한 가족구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연이어 본 <폭설>은 한해인, 한소희 배우가 나온 퀴어물이었다. 이 영화는 한소희 배우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고,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와는 사뭇 다른 한해인 배우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천사와 분위기가 아주 많이 다른 폭설은 내용 면에서는 맥락이 잘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강해서 스토리보다는 분위기가 더 강한 영화같았다. 바다와 눈이 있는 겨울과 밤은 그것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고 투사라는 대사처럼 그들의 경계 역시 그래 보였고. 한소희 배우의 특유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아주 짧은 숏컷과 긴 머리 사이에서 이질감이 전혀 없던 한해인 배우의 묘미 역시도.


두 편을 연달아 보고, 보고싶은 영화들은 한 가득인데.. 이제 또 언제 보러 오지? 생각하며 극장에서 나왔다.


&오늘 오오극장 메이트들. 3일 내내 영화제 실무하며 정작 영화를 못 본 대구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님은 영화제 마치고나서야 영화 볼 수 있었음ㅎㅎ 같이 우천사 보고 헤어졌다. (&공방 멤버도!) 한소희 좋아하는 친구랑은 연달아 두 영화 같이 보고 배고파서 폭풍식사 하고 곧 또 봐~ 하고 헤어졌다.


친구들과 오오극장 가면 각자가 선호하는 자리에 앉아 각자 또 같이 모드로 영화를 본다. 그게.. 넘 좋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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