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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Oct 30. 2019

당신의 상상을 응원합니다_상상 플레이그라운드


상상-플레이그라운드 만들기 공모사업

당신의 상상을 응원합니다




유난히 가을볕이 따스했던 지난 10월 12일 토요일, 서울혁신파크 혁신광장과 피아노숲 일대에서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는 ‘빅이슈코리아’가 주최한 축구대회 <2019 다양성컵(Variety Cup)>이 개최되었으며,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시소’가 주최하는 <팝업놀이터>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열린 두 행사는 모두 서울혁신센터에서 추진하는 ‘상상-플레이그라운드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지원을 받아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행사 이름만 들어도 뭔가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일들이 펼쳐졌을 것만 같은 이날 파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채워졌을까요?




함께 만들어나가는 변화 <2019 다양성컵>



오전 8시부터 행사 스텝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혁신광장에 잔디와 골대를 설치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9시를 전후로 축구 유니폼을 입은 무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2019 다양성컵>에 출전한 아마추어 축구팀들입니다.

‘다양성컵’이란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축구를 통해 교류하고 개인과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회혁신 스포츠 프로그램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2번째로 열린 다양성컵 대회는 주거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가 주최합니다.



다양성이라는 대회 취지에 걸맞게 빅이슈 판매원 및 서포터즈, 빅이슈코리아 직원, 동국제강 사내 축구 동아리, 대학생 축구 동아리, 체대 축구팀, 새터민, 노숙인, 주거취약계층, 일하는 청년들의 모임, 일반 시민 등 정말 다양한 팀들이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빅이슈코리아의 안병훈 본부장은 다양성컵의 개최 의미와 앞으로 바라는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유엔에서 정의하는 홈리스는 다양한 배경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겪는, 그래서 빈곤의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인식은 단순히 ‘노숙인’이라는 협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개인의 잘못으로 노숙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발달할수록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누구라도 홈리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합니다. 다양성컵은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축구를 통해서 풀어나가려는 움직임입니다. 축구는 다양한 사람들이 협동하고, 목표를 갖고, 건강을 챙겨가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홈리스 분들의 자립에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빅이슈코리아는 2010년부터 <홈리스월드컵>이라는 국제 축구 대회에 참여해 왔습니다만 보다 다양하고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작년부터 다양성컵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이곳 혁신파크에서 열리게 되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홈리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과 기업도 함께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컵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아담한 축구 경기장과 각 팀들의 대기장소 천막 설치가 끝나자, 대회 참가자들과 스텝들 모두 상상청 4층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다양성컵 대회와 경기 규칙, 참가팀 소개 및 경기 대진표 추첨 등 대회 시작 전 개회식을 겸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빅이슈코리아의 김수열 상임이사는 개회사를 통해 “이처럼 화창한 날 스포츠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또한 ‘함께 만들어나가는 변화’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함께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자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참가팀은 총 16개 팀으로, 경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뤄졌습니다. 전・후반 각 7분씩에 하프타임 1분, 한 경기당 15분씩 동시에 2개 경기가 이루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16개팀 모두가 1차전을 치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시간 30분! 무리하지 않고 모두가 적당히 즐거운 선에서 경기가 치뤄지는 다양성컵. 덕분에 경기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하고 작은 경기장만큼이나 아기자기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오전 경기가 끝나고 30분 동안은 깨알같은 이벤트들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행사장 곳곳에 숨겨진 선물들을 찾아내는 보물찾기! 한과, 텀블러, 공연티켓 등 실속만점 선물들은 그야말로 찾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또 다른 이벤트로는 공을 차서 정해진 선을 넘지 않게끔 하는, 일명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라는 게임이 준비되었습니다. 작명 센스가 돋보였던 이 게임은 은근히 승부욕에 불탔던 참가 선수들은 물론 구경꾼들의 심장도 쫄깃해지는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점심식사 후 이어진 오후 경기에서는 1차전에서 올라온 8개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기 위해 접전을 벌였습니다. 1차전에서 패배한 팀들 역시 순위결정전을 위해 다시 한번 그라운드 위를 질주했습니다. 한낮의 뜨거움도 이분들의 열정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이날 결승전에서 맞붙은 팀은 ‘보현의집’ 실무자들로 구성된 ‘FC처음처럼’과 산업대학교 축구팀인 ‘TEAM 95’였습니다. 결과는 4:3으로 ‘TEAM 95’의 승리!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1, 2, 3, 4위 팀에게 각각 트로피와 부상이 주어졌습니다. 상을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축하하는 사람 함께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살아온 지역도 모두 다 다른 이들이 경기를 치루는 동안 만큼은 하나가 되는 마법 같은 시간! 제2회 다양성컵은 그렇게 흐믓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밧줄과 매듭을 이용해 만드는 <팝업놀이터>



한바탕 축구 경기가 끝나고, 피아노숲으로 눈을 돌리니 어느덧 거짓말처럼 밧줄과 천, 짚풀과 나무 등을 활용해 만들어낸 다양한 놀이 기구와 공간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피아노숲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가을햇살 속에서 하하호호 깔깔거리며 자신들만의 놀이에 심취한 아이들, 그 곁에서 함께 즐거워하는 부모님들. 세상 그 어떤 놀이터보다도 멋진 <팝업놀이터>가 열렸습니다.



흙과 나무, 벤치만 있던 피아노숲을 단 몇 시간만에 팝업놀이터로 변신시킨 이들은 트리클라이밍과 밧줄놀이로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기업 ‘시소’입니다. 시소는 지난해에도 상상-플레이그라운드 만들기 공모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상상청 뒷산을 활용해 숲속 밧줄놀이터를 만들었는데요. 작년과 올해 모두 공모사업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시소 멤버 ‘조이스’에게 물어봤습니다.


“작년에 시소 프로그램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후기를 남겨 주셨어요. 아마도 은평구 근거리에 놀이터가 많이 없다 보니 그러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분들을 또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다시 참여하게 됐어요. 작년과 달라진 점은 트리클라이밍과 밧줄그네만들기 프로그램을 놀이터 안에서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는 거에요. 특히 올해는 저희가 리빙랩 사업을 통해 피아노숲을 관리하고 있는데, 덕분에 나무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있어서, 어떤 나무들을 활용해 팝업놀이터를 설치하고 트리클라이밍을 하는 게 안전한지 등을 알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시소가 만든 팝업놀이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었습니다. 누구든지 찾아와 맘껏 놀다 가면 되는 동네 놀이터 같은 이곳에서 조금은 색다른 프로그램도 함께 열렸는데요. 바로 직접 체험해 보는 ‘밧줄그네만들기’와 ‘트리클라이밍’입니다.



밧줄그네만들기는 밧줄을 이용한 매듭을 배우고 난 후, 나무에 직접 그네를 설치하여 가족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입니다. 가족 단위로 참가 신청을 받아 총 5개팀이 함께한 시간. 매듭을 배우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습니다. 어른도 쉽지 않은 매듭을 아이들이 곧잘 해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스스로 팝업놀이터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밧줄그네만들기 실전에 돌입한 다섯 가족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놀이기구를 뚝딱 만들어 냈습니다. 이미 누군가 설치해 준 놀이기구 대신 스스로 만든 놀이기구를 타고 놀아보는 가족들의 얼굴에서 얼떨떨함과 성취감, 기분 좋은 흥분이 동시에 엿보였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있는 트리틀라이밍 수업현장이 보였습니다. 트리클라이밍은 전문장비와 밧줄을 이용해 나무 위 세상을 탐험해 보는 프로그램인데요. 단 4명만이 참가신청을 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그램이지만, 안전하게 나무에 오르기 위해 참가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세심하게 가르쳐 주고 꼼꼼히 장비를 체크해야 하는 일이라, 시간과 노력은 배로 드는 것 같았습니다.



긴 시간, 안전 교육과 이론 교육, 장비 사용법 등을 숙지한 후 드디어 나무에 오르기 시작한 이들. 피아노숲의 커다란 나무 위, 하늘을 향해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이 그림 같았습니다. 주변에서 팝업놀이터를 즐기던 사람들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이런 진귀한 풍경을 파크에서 보게 되다니!



혁신광장에 푸른 잔디밭이 깔린 풍경, 피아노숲이 커다란 놀이터로 변신한 풍경, 그 풍경 속을 가득 채운 다양한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들. 이 모든 게 우리들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상상하는 일을 멈추시면 안 됩니다! 서울혁신파크는 당신의 상상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상상-플레이그라운드 만들기 공모사업


상상-플레이그라운드 만들기란 서울혁신파크의 야외공간에서 시민들과 함께할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발굴・지원함으로써, 시민과 사회혁신 콘텐츠를 연결하고 혁신파크 야외공간을 활성화하는 사업입니다. 지난해 상상청 건물과 그 일대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했던 '상상-플레이그라운드 만들기'의 또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총 8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비교적 장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공간 활용과 혁신 프로그램을 접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면,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시민의 참여가 기대되는 이벤트 및 행사 위주의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집중력 있고 규모 있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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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자원, 새로운 놀이 <2019 레이스업>


덧붙여, 10월 5일 토요일에는 상상-플레이그라운드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이타서울’에서 주최한 <2019 레이스업> 행사가 열렸습니다. ‘레이스업(RACEUP)’이란 폐자원을 활용한 자동차 제작 경주대회로, 생활 쓰레기로 규정, 폐기되는 소중한 자원에 대한 관찰과 새로운 활용 방법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레이스업은 아이들과 부모가 교과서를 넘어 창작 탐험을 할 수 있는 소셜게임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제작-테스트-경주로 이어지는 창조적인 도전을 통해 즉각적이고 원천적인 메이킹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2019 레이스업>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대회 홈페이지(https://raceup.cc)를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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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글_슬리퍼

사진_슬리퍼, 빅이슈코리아, 이타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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