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서울혁신파크는 아는 사람은 너무 잘 아는 곳, 동시에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른 곳이라는 생각이 물음표처럼 떠오릅니다. 사회적 경제, 소셜 벤처, 협동조합, 사회혁신 등을 키워드로 활동하는 분들은 일 년에도 몇 번씩 우연으로 필연으로 찾게 되는 공간이지만 그 이외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곳인 듯합니다.
국내에서는 여러 행사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파크를 아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느끼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관이나 외국 단체의 경우에는 파크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닿지 않아 국제 커뮤니티에 파크의 존재가 많이 드러나지 못한 점이 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SIP 원더랜드!
바로 지금, 파크가 서울과 한국을 넘어 국제 사회혁신의 허브로 거듭나려는 야심을 갈고닦는 이 시점이야말로, 국제 혁신가를 초대해 파크의 치명적 매력에 빠뜨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파크를 모르는 새로운 혁신가 영입을 위한 글로벌 사회혁신 연수 프로그램, 이름하여 SIP(Seoul Innovation Park) 원더랜드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SIP 원더랜드는 사회혁신과 서울혁신파크가 초면인 분들을 대상으로 사회혁신 실험공간으로 대차게 줄기를 뻗어나가는 파크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신묘하고 재미난 연수 프로그램입니다. 서울혁신파크가 만들어 가고 있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원더랜드로 첫 발을 내디딘 여행자들의 여정은 이러했습니다.
원더랜드의 첫 여행자들은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오셨습니다. 9개국의 대사관(호주, 스웨덴, 키르기즈, 남아공, 아제르바이젠, 체코,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요르단)의 대사님과 직원분들, 영자신문기자, 스페인 몬드라곤 아카데미 팀 빌더, 에티오피아의 사진가까지!
서울혁신파크를 처음 찾은 분들께 우선 파크는 왜, 언제 생겼는지, 그리고 지금 무슨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를 드렸습니다. 과거 질병관리본부 시절, 파크는 사람들의 질병을 타파하는 건강 혁신을 도모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의 파크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혁신의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파크를 소개한 뒤에는 '사회혁신' 용어를 문장으로 정의하기보다 다양한 주제로 활동이 벌어지는 파크의 여러 공간(홍보관, 상상청, 제작동, 재생동 등)을 찾아 혁신 현장을 직접 살펴보았습니다.
점심으로는 맛동 식문화 프로그램 ‘가나다 밥상’에서 ‘면역력을 키워주는 건강밥상’을 받았습니다. 제철 음식으로 약해진 몸의 기운을 북돋는 한 상을 맛있게 비웠답니다.
오후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변화와 도전을 이루고 있는 입주단체와 이야기로 만나고, 손을 움직여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로 만나는 시간에는 국제 사회혁신 네트워크를 잇는 연결자이자 연결의 매듭을 만드는 실행자 역할을 하고 있는 씨닷(C.)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혁신의 반향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 여러 단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연결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씨닷의 발표에 이어 언더독스(underdogs)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언더독스가 사회혁신 생태계의 플레이어로 성장하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지하고 힘을 불어 넣어주는지, 아시아 지역 내 소셜 벤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손을 움직여 입주단체를 만나는 워크숍이 시작됐습니다. 도자기를 주제로 ‘예술동’에서 제작을 펼쳐가는 ‘세라워크’에서 한국 도자기의 변천사를 듣고, 세라워크만의 독창적 기법인 도자기 페인팅을 경험했습니다. 초벌로 구워진 컵과 접시를 캠퍼스 삼아 1200도에도 색이 바래지 않는 특수 물감을 사용해 꽃과 건물, 손가락 하트 등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고 정성껏 색을 입혔습니다. ‘목공동’에서는 ‘마을공방 사이’의 진행으로 맞춤 도마를 만들었습니다. 결과 색이 다양한 목재를 골라 각자 원하는 도마의 형태를 스케치하고, 기계를 사용하여 모양대로 자르고 나니 제법 도마의 모양이 갖춰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요? 팔이 빠지게 사포질을 해야 합니다. 같은 모양이었던 직육면체의 목재가 어떤 것은 독수리로, 어떤 것은 물고기로 변하여 반짝이는 나만의 도마가 완성됐습니다.
도자기 페인팅과 도마 만들기를 마친 뒤에는 뻐근해진 팔을 주무르며 맛있는 저녁을 나누었습니다. 원더랜드 여행자 각자에게 서울혁신파크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더 얹어졌으면 좋겠는지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그렇게 편안한 대화의 시간을 가진 뒤 혁신가의 포근한 휴식공간인 ‘연수동’에서 노곤해진 몸을 뉘었습니다.
원더랜드 둘째 날은 파크의 지역 거점인 은평구 지역사회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지역 명소를 탐방했습니다. 원더랜드 여행자들은 연수동에서 가벼운 조식을 먹고 거대한 초록과 바위로 파크를 감싸주는 북한산을 향해 발을 옮겼습니다. 흙길과 나무 데크가 연달아 이어지는 둘레길을 걸으며 몸속 가득 풀 내음을 담았습니다.
둘레길의 끝은 은평 한옥마을로 이어졌습니다. 고유의 틀과 형식을 유지하면서 현재에 적합한 구조로 지어진 아름다운 한옥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햇살을 받아 매끈히 빛나는 기와를 따라 걸으며 현재 삶 속에서 생동하는 전통의 가치를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옥마을을 거쳐 도착한 곳은 진관사입니다. 고려 때 지어진 천년고찰로 뒤로는 북한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앞으로는 계곡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서울의 대표 사찰입니다. 요즘은 전통을 계승하는 사찰음식으로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원더랜드 여행자들은 진관사 스님들의 환대 속에서 황기차, 밤 다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진관사에서 직접 담근 여러 가지 장으로 맛을 낸 정갈한 사찰음식을 감사히 공양하였습니다.
여러 나라,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파크의 공간, 사람, 활동을 체험하고, 파크가 속한 은평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 사회혁신의 거점으로 발을 떼려는 파크가 다양한 국적의 혁신가들에게 다정히 손을 건넸습니다. 설렘과 긴장을 담아 내민 손을 따듯하게 잡아준 원더랜드의 첫 여행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SIP 원더랜드에서 첫 여정을 마친 여행자들과 앞으로 이곳을 찾을 새로운 여행자 모두를 기다리며, 원더랜드로의 초대는 계속됩니다!
11월 마지막주 SIP 원더랜드의 두 번째 여정이 시작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상세 일정은 서울혁신센터 페이스북에서 안내 예정)
글 ㅣ 서울혁신센터 기획전략실 협업팀 죠지
사진 ㅣ 빛움, 서울혁신센터 홍보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