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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Feb 18. 2021

기후위기 시대, 지금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혁신 트렌드리포트 3]

2020년, 우리에게 닥친 여러 기후위기 사례는 우리의 삶과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현실화될 전 세계적 변화와 재난 상황에 대비할 방법은 ‘전환의 시대’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녹색전환연구소의 이유진 연구원은 개인이 텀블러를 사용하는 선에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고 말한다. 이 사회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움직일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건 오늘의 우리에게 달렸다.

이유진 /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이유진 연구원님이 소속되어 있는 녹색전환연구소는 인류 사회가 직면한 여러 환경 위기를 다 각도로 조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 단체에 대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3년 7월에 창립한 단체입니다. 당시 ‘한국 사회가 이대로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그 전환 방향을 ‘녹색’으로 잡았어요. 녹색 전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이를 위한 담론을 벌이고 이런 가치를 논의할 곳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와 이와 관련한 실험들이에요. 이후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나리오 짜는 작업을 이어왔고,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 분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논의도 활발히 진행했어요. ‘청년들의 목소리를 잘 담아낸 지역 밀착형 그린뉴딜을 위한 연구와 활동도 지속 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n개의 기후해법’ 세미나 역시 그 활동 중 하나고요.


n개의 기후 해법이라는 주제 아래 어떤 활동을 하나요?

쉽게 말해서 10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공론의 장이에요. 보다 간결하면서 혁신적인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청년들과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며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전환’이라는 말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졌죠.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사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전환이 아주 일반적인 용어가 됐어요. 이게 불과 약 7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예요. 지금이야말로 전환이 화두가 된 시기인 것 같아요.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활동이 무척 많아요. 항상 중요시하는 철학과 신념이 있다면 뭔가요?

하나뿐인 지구에서 인간이 무한한 욕망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죠. 분명한 한계가 있어요. 한마디로 우리의 소비 총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요. 욕심을 제어하지 않는 한 현재의 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소비 총량 제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에너지 전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흔히 원자력이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이니 사용하지 말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해요. 전환이란 실질적으로 소비 총량을 줄이면서 원자력과 화석연료가 빠진 자리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걸 뜻해요. 소비 총량이 늘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난다면 이건 제자리걸음이죠. 반드시 총량 제어와 방향 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는 이제 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사실 성장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거죠. 그렇기 때문에 배출할 수 있는 온실 가스의 한계 내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탐색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가 실시간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문제가 현재 이 정도까지 와있다하고 보여줄 만한 실제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먼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1.5도 특별보고서’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현재 지구의 평균기온이 1℃ 올랐고, 현재 속도라면 2030년에서 2050년 사이에 1.5℃에 도달할 거라는 예측이에요. 이는 과학자들의 주장과 일치하고요. 평균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에 도달하는 데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지금도 북극의 해빙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요. 근래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의 산불 사례를 보세요. 고온 건조 한 날씨 때문에 대지가 극도로 건조한 탓에 인간이 엄청난 공세를 퍼부어도 그 불길을 쉽게 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거죠.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 댐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의 싼샤댐 역시 올여름 유례없는 사상 최악의 폭우와 홍수로 붕괴설마저 나돌았어요. 이때 발생한 이재민 수가 6000만 명에 달하고, 피해 액수는 30조 원이 넘고요. 2020년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과 재해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수위가 높아요. 이미 구조적인 위기 상황에 들어선 만큼 이에 맞는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이에요. 쉽게 말해 2050년에는 더 이상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죠. 현재 미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모두 한마음 이 되어 이런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어요. 올 해는 인류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힘든 해인 동시에 의미 있는 해라고 생각해요.


‘그린뉴딜’이 새로운 논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사회적 경제와의 연관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일단 우리 사회가 가진 자원이 있어요. 국가의 예산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정책일 수도 있죠. 우리가 가진 자원을 투입해서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사람들의 먹고살 수 있는 삶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 저는 이것이 진정한 그린뉴딜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숙제가 생겼어요. 개인의 행복 추구, 기업 활동, 정부 정책 이 모든 것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사회 전반에서 행동이 뒤따라야 해요. 1930년대 미국 사회에서는 주식시장의 대폭락으로 직면한 대공황을 뉴딜이라는 이름 아래 대폭적인 재정 투입과 공공사업을 기반으로 극복해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탄소중립을 위해 녹색 성장을 기반으로 미국의 뉴딜이 그랬듯 모두가 합심해 전방위로 노력해야 한다는 거죠. 가령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정부와 국민들이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힘을 모았던 것처럼 이번엔 탄소중립을 목표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다시 한번 행동해보자는 거예요. 물론 이 시대에 새마을운동을 하자는 건 아닙니다.(웃음)


이번엔 지구를 위해 으쌰으쌰 해보자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필수적인 일자리나 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어요.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 ‘어떤 경제 기반을 가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만 매달린다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할 거예요. 현재의 그린뉴딜은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환경문제가 도래하고 그 어떤 것도 안정적이지 않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도시와 내 삶의 방식을 최적의 라이프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올해 6월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15분 도시’가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핵심은 시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1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정한 거예요. 이 안에 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당할 수 있는 도시 문화를 만들자는 겁니다. 사회적 의료, 재난에 대비한 안전 매뉴얼, 안전하고 쾌적한 집,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와 돌봄 서비스, 건강한 먹거리, 자원 순환에 대한 교육과 문화 등 하나하나 찾는다 하면 여전히 많이 만들어낼 수 있고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 정리하자면 15분 도시 콘셉트 내에서 주요 사회적 경제 조직이 내가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촘촘히 만들어진다면 이야말로 미래지향적 모델이 아닐까요?


코로나19 시대는 아직 한창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이 코로나19 이후의 지속 가능한 삶을 준비하고 기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팬데믹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우리는 한계가 명확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한도가 분명히 정해져 있고 그 한도 안에서 살아야 하거든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고 해도 그다음이 올 겁니다. 과거에도 메르스와 사스 등 바이러스의 유행을 연이어 겪었어요. 그리고 현재 당도한 코로나19까지 이미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든 거예요. 이 시점에 방향 전환을 하지 않으면 인류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보다 이보다 더 큰 개념인 기후위기 시대를 바라봐야 한다는거죠. 30년 안에 ‘탄소 배출 없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집중해 삶은 물론 국가정책과 사회의 방향 모두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유진 연구원님은 환경운동가로서 현장과 연구소를 오가며 전방위로 뛰고 계세요. 요즘 가장 매진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람들을 조직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환경문제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요. 그 대상은 사회활동가, 공무원, 의원이기도 하고 평범한 국민이기도 해요. 제 주요 업무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이 일에 나서야 한다고 설득하는 거예요. 그 방법으로 강의도 하고 토론도 하며 일단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목표한 곳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과정이죠.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이야기해주셨어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지금의 생활 방식을 보다 나은 쪽으로 변화시킬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미래 세대 문제가 아니라 현세대가 책임지는 것이 중요해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만큼, 이 사회에서 힘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더 책임지고 이 일에 집중해야 하고요. 미래라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이건 현재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거든요.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도 꾸준히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한 밑그림을 그려갈 거예요. 지자체와 국민들이 함께 아이디어와 힘을 모은다면 올바른 그린뉴딜이 정착할 거라고 믿어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웃음)



글 l 박지현, 사진 l 백상현


* 본 내용은 서울혁신센터에서 기획/발행한 <서울혁신센터 사회혁신 트렌드리포트> 에 수록된 인터뷰입니다. 리포트 전문은 서울혁신파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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