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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Nov 12. 2024

그럴 수도 있지!

이제, 제 원시의 기쁨을 찾았으니 기쁨과 퇴고를 연결해 볼 차례입니다. 저는 저의 기쁨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기쁨일 것 같아요. 그러니 기쁨을 통해 공감이라는 가치를 먼저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거기서 퇴고로 연결된 길이 분명히 있을 거라 간절히 바라면서요. 

‘퇴고의 즐거움’으로 안내하기 위한 이 책을 집필하면서, 저는 또 다른 질문을 만났습니다. 
“궁금해요. 내 글은 퇴고할 수 있겠는데, 남의 글은 어떻게 퇴고하시는 거예요? 내 글을 퇴고하는 건 나도 재밌거든요? 그런데, 생판 남인 사람의 글을 퇴고하는 건 어떤 재미가 있는 걸까요?” 이미 한 권의 책을 내고,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신 작가님의 질문이었어요. 
 “그러게요. 저도 궁금하네요. 초고를 가장 먼저 읽어본다는 느낌이라서 그럴까요~?” 옆에 계셨던 다른 작가님도 궁금해하셨지요. 

퇴고할 때면 글 속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에 속상해하고, 좋은 일에 기뻐하게 됩니다. 내가 먼저 진득하게 읽고 이해하는 독자가 되어야 글의 흐름을 제대로 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파도를 타듯 의식을 실어 전체의 맥락을 따라갑니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쓰인 글이 많기 때문에, 주인공이 보는 모든 것을 보고 말하는 모든 것을 듣는 기분으로 읽습니다. 그것은 마치, 동화 <피터팬> 속 팅커벨이 된 기분 같아요. 

팅커벨이 피터팬과 반대의 생각을 가지게 되는 때는 서로의 마음이 다르게 흘러갈 때입니다. 웬디가 등장함으로써 각자가 원하는 게 어긋나는 것이지요. 둘은 팅커벨이 웬디에게 용서를 구하고 피터팬의 마음에 공감하며 응원하기 시작했을 때 화해했습니다. 그렇게 힘을 합쳤고, 모두를 구했고, 후크선장을 무찔렀죠!

공감은 위로, 칭찬, 연민, 용서, 나눔, 감사…. 거의 모든 미덕의 기초가 됩니다. 팅커벨은 동화 속에 나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피터팬의 소중함을 깨닫고 비로소 그의 마음에 공감하기 시작했지만, 저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저에게는 적극적인 공감을 부르는 주문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 주문을 저만 안다고 우쭐댄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이 주문은 여러분도 한 번쯤 생각해 보셨을 만한 문장입니다. 여러분, 평소에 우리가 뭔가 실수했을 때, 이것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던가요? 에구, 그걸 헷갈려? 잘 보고 했어야지, 대체 왜 그랬던 거야? 농담이든 진담이든, 이런 비난과 조롱이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죠. 그럴 때 누군가 이 말을 해 준다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을 겁니다.
“아유, 그럴 수도 있지!”

네, 맞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이것이 바로 저의 적극적인 공감을 부르는 주문입니다. 예전에는 누군가의 실수에 대해 적어도 가족만큼은 이 말을 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가족이 가져야 할 응원과 지지에 대해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제가 더 많이 실천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바로잡을 수 없는 실수는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하지만, 세상에는 이 말을 듣지 못해 외로운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랬구나, 그런 상황이었다니,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구나. 간혹 이런 말을 하면 실수가 아닌 만행까지 용서하게 되고 휘둘릴 것 같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책임을 묻는 것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감정이 옳다고 해서, 행동도 옳은 것은 아니거든요. 


다른 사람의 경험을 자신의 것과 비교해 볼 줄 아는 능력은 공감력이라는 능력이며, 이러한 능력은 누구에게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도전 의식과 진취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만이 공감이라는 능력을 갖춘다.
- 법정


법정 스님께서 남기신 말씀처럼, 공감이란 다른 사람들과 깊은 연대감으로 발전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데요. 그렇기에 공감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만 지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감은 도전 의식과 진취적인 태도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기를 수 있는 능력이랍니다. 왠지 거창한 말 같지만, ‘그럴 수도 있지!’ 혹은,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구나’하고 일단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보면 됩니다. 이렇게 마음에 작은 물수제비 하나를 띄우고 나면, 다음은 조금 독특한 일이 벌어집니다. 저는 ‘그럴 수’라는 게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의외의 구석에서 찾아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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