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이단아 등장
아니 이거 매일 인싸이트라고 써주면 좋아요는 누르고, 공유는 하지만 댓글은 밋밋하더니!!!
퇴사, 이직 얘기하니까 다음 편 안주냐고 난리 치면 어쩔…
대충 주 1회 연재하려고 했는데!!!! 명절 연휴에 쉴 거 + 요새 기부니가 좋아서 특별히 댕겨서 풀어보는 2탄!!! 후훗
주의!!!!!!! 쓰고 나서 보니 상당히 재수가 없습니다. 카악 퉷~ 준비하시고 보시거나, 여기서 일상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괜히 다 읽고 나서 눈이 아프다거나, 내상을 입었다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
재수 없음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나 실험해 보실 분들은 보셔도 됩니다.
ep1편은 신입 입사 퇴사 반복 이야기. 2편은 내 회사 생활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통 이야기의 시작
주의 아무런 주제 없이 생각 없이 그냥 손가락에 움직임에 따라가니 적어도 명절에 서울~부산 버스에 탄 정도로 시간이 남지 않으면 뱌뱌~~
지금은 진짜유통연구소라는 나름 사짜 느낌 물씬 나는 이름으로 하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나의 주력은 유통사. 그중에서도 혁신, 전략, 기획 쪽임. MD 였냐고 묻지 마세요. 2달 정도만 했습니다.
- L사, 젓가락, 문래동, 삼성역에 있는 회사를 다녔음
그중 나으 핵심역량은 업무개선/프로세스 효율화 하하하! 믿거나 말거나~
이처럼 소위 갑인 유통회사에서도 갑인 포지션을 주로 맡았는데 이건 왜 그런 지는 잘 모르겠음. 생각해 보면 처음 L마트 때 매장에 날 풀어놓기 두려웠던 매니저/점장님들이 스텝으로 배치해서 인 것 같음 ㅎㅎㅎㅎ 지금 돌아보면 고맙습니다.
때는 2006년 2월 무려 108명의 동기들과 L마트 연수를 받고, 그룹 연수를 마치고 점포에 배치. 너무나도 당연히 출근날 갔더니 점포 인사 담당자가 신입사원 한 명이 안 왔다고 당황!
총 7명 배치받았는데 6명만 왔다고!!
그래서 "저도 신입입니다"라고 하니 그 주임이
"에이 장난하지 마시고요 과장님, 오늘 어디 점검 오신 거예요?" 그래서 다시
"저 진짜 신입사원 박성의 입니다" 하니
"!!!!!!!!!!!!!!! 아 네 그러시군요"
그렇게 인사하고 원하는 직무 면담! 저는 꼭 영업담당이 되고 싶습니다.
네! 결과는 점포 재고 관리. 정확히는 불량재고 담당. 머 그래도 이래저래 일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재고 일보를 뽑아서 메일로 보내야 하는데 같이 BO(백오피스)에 근무하는 리시빙(상품 수불 담당) 담당들이 자기들은 재고 일보 뽑을 줄 모르니. 쉬는 날에도 아침에 만들고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TMI: 재고 일보란 말 그대로 재고상태(수량, 불량 상태, 입출고 등)를 일별로 보고하는 자료로 보통 리시빙 담당의 업무 범위가 아님.
응???? 그럼 난 언제 쉬어요? 하니 이전에도 계속 그렇게 했다는 답이 돌아옴!
그래서 회사 시스템 2개, 그리고 엑셀을 각각 캡처해서 재고 일보 만드는 매뉴얼 제작. 버튼 하나 누르는 거 까지 다 분리해서 만드니 약 80페이지 정도. 엑셀 양식도 일부 수정.
별도 설명 없이 매뉴얼만 출력해서 주고 만들어 보시라 하니 바로 만듦! 그리고는 한마디
리시빙 담당: "머야 겁나 쉽네.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이전 담당자가 뻐기면서 했는데!!"
나: "그럼 나 이제 쉬는 날 그냥 쉬어요! 낄낄"
혹시나 동기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해당 매뉴얼을 배포. 오지라퍼는 어디 안감.
그렇게 한 두세 달 일하다 보니 다시 점포에 인력 재배치할 때가 옴(진급 결과 반영. 점포 간 이동 등)
영업 2 매니저가 커피 한잔 하자고 부름
TMI: 당시 L마트는 식품 쪽이 1 매니저, 나머지 2 매니저, 그리고 지원 매니저 구조
2 매니저: 야 너 주방용품 담당해라
나: 첨에 시켜 달랄 때는 안된다더니 이제 와서 왜요?
2 매니저: 그땐 네가 사고 치고 나갈 줄 알았지…
나: 지금도 사고 치면 어쩔라고
2 매니저: 지금은 괜찮을 거 같아
나: 생각 한번 해볼게요
그 사이 나타난
BO총괄: 성의 데려가시게요?
2 매니저: 영업 좀 시킬라고
(그 당시 L마트 구로점의 인력 재배치 계획은 내가 영업으로 가고 BO에 2명을 넣는 계획이었는데)
BO총괄: 점장님 성의 그냥 두시면 저희 인력 충원 없이 그대로 운영하겠습니다
점장: (오오오 개이득! 사람 한 명 벌었고) 그래 그래라"
그 뒤로 BO에 쭈욱 있다가 2006년 추석 전에 갑자기 영업총괄(점장 비서 + 마케팅 + 실적관리 + 보고서 작성)로 발령! 선임 총괄이 있었는데 추석 1주 전에 다른 점포로 발령.
갑자기 영업총괄 선임이 됨 -_- 옆에는 한기수 후배이자 입사 3개월차(점포 발령 직후)
당장 닥쳐온 추석 배송!!!! 점포 배치 7개월 신입사원. 영업총괄 업무 발령 1주일 차. 기존 선임자도 없음.
당시 구로점 매출 순위 5위 ㄷ ㄷ ㄷ
갑자기 다가온 추석!! 명절 세트 매출은 물론 배송까지 책임져야 하는 입사 9개월차(연수 2개월 포함) 영업총괄 1주일 차 커머스가이의 운명은?? 여기서 한번 잘라줘야 하는데 명절 서비스~
우선은 처음부터 영업총괄 담당하던 동기들에게 전화!
나: 살려줘~
동기 A: 그냥 하면 돼. 선임이 시키는 대로!
나: 선임 다른 점포 가고 내가 선임 이라는~
동기 A: -_-;;;; 그 그럼 열심히 해~. 배송 기사님과 똑똑한 알바 필수야! 딸깍
뚜루루 뚜루 뚜루루 뚜루
나: 어쩌냐? 멀 어쩌면 되는 게요?
동기 B: 음 일단은 우리 점포에서 하는 거 자료 보내줘 볼게
나: ㅜ_ㅜ 고맙습니다 어푸어푸
동기 B: 그전에 하던 알바 있으면 다시 하라고 연락하고, 용차 기사님 잘 섭외하고.
그렇다 명절 선물세트 점포 배송의 핵심은 용달차 기사님(이삿짐 등)과 배송 주문을 접수, 처리할 아르바이트!!!
떠나가기 전날 직전 영업총괄에게 명절 배송은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feat. 임재범) 하니.
연락처 하나를 줌.
전영총: 아 진짜 이 아저씨 잘하시는데, 내가 옮기는 점포(인천)에서 해달라니까 안 하신다네 쩝. 여기 연락해 그럼 알아서 다 해줌
나: 오오오오!!!!!!
나: 여보세요. ㅇㅇㅇ 소개로 전화드린 L마트 구로점 영총 박성의 입니다.
대장기사님: 아아 안 그래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물량이 얼마나 돼요? 제가 기사 일단 10명은 섭외해 놨습니다.
나: 배송 지역이나, 시간 이런 건…
대장기사님: 아 제가 그런 미리 다 배분해 놨구요. 일정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서울보다는 많지요? 중간에도 더 필요하면 제가 기사 20명까지 확보됩니다.
나: 저녁 늦게 배달해달라는 경우도 있던데 그런 경우에 추가수당 이라든가 하는 것들은요?
대장기사님: 아 그건 밤에 제가 다 마무리합니다.
나: 역시!!!!!! 훌륭하십니다!!!
Super 기사님 섭외를 완료하고, A/R 모집 공고를 똭! 오전, 오후, 중간 이렇게 3명의 아르바이트가 필요해서 구인 공고 ㄲㄲ
지원자를 보니, 이게 웬 떡! 7년간 회사 다니다가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 잠시 쉬는 초 슈퍼 인력 Get. 나머지 두 명도 아주 똘똘한 A/R 획득. 역시 나의 운빨이란 캬캬캬.
게다가 택배로 보낼 물량을 관리할 택배업체 파견 A/R마저 캐 똑똑하고 능숙 ㅎㅎㅎ
명절 교육(행사 기준, 할인폭, 물량 등등) 받고, 물량 체크하고. 업체 담당자(매장 판촉사원 및 브랜드 담당자) 미팅하고! 창고 공간 확보하고 점포 앞에 몽골텐트(대형 행사 때 보이는 바로 그 텐트! 크게 치면 이거 대여료만 당시 기준으로 일 200만 원임). 주차장 공간까지 빼곡하게 상품 체크!
브랜드별 판촉사원에게 지난 명절 배송 리스트 인수인계 잘 받았나 확인하고 명절에 돌입!!!
사전에 배송 접수 아르바이트에게 배송 리스트 체크하는 법과 일 마감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매장을 잘 지키도록 지시. 나는 사무실에서 문제 발생하면 즉각 대응. 명절은 시작되고 순조롭게 진행. 아르바이트는 하나를 알려주니 정말 20가지를 알아서 처리함. 알아서 업체 배송 조절하고, 배송 기사님은 그냥 아무런 말하지 않아도 그냥 불꽃, 신속, 친절 배송. 사후 보고도 완벽(물론 기사님-A/R 대장간. 나는 최종 일마감 보고만 받음)
중간중간 반복적으로 업체 판촉사원들에게 절~~~~~~~~~~~~~~~대 배송 시간 약속하지 말라는 말을 주기적으로 반복(루트에 따라 배송해야 효율이 나는데, 꼭 자기 꺼 먼저 해달라고 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배송해주겠다고 고객에게 약속하고 나서, 고객님이 꼭 그렇게 해야만 구매하시겠다고 해서요… 이런 식으로 넘어감)행 사전에 업체 직원, 판촉사원에게 전체 교육을 진행함.
나: 시간 약속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시간 약속하고 나서 배송 요청하시면 배송 불가하니 직접 배송하셔야 합니다. 많이 팔았다고 배송해 주고 그런 거 없습니다.
이렇게 맨날 얘기해도!!! 꼭 해달라는 사람들이 나오게 마련! 아르바이트가 알아서 처리해줄 수 있는 건 처리해 주다가 나에게 연락함.
나: 시간 약속하셨어요?
판촉사원: 고객님이 꼭 그 시간에 받으셔야 한다고…
나: 안된다고 하셔야죠. 안된다고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판촉사원: 그 시간에 배송 안되면 2 마트에서 사실 거라고
나: 그럼 그러라고 하셨어야죠. 이거 배송 어떻게 할 거예요? 지금 우리 용차도 다 배송 나가 있고 차 밀려서 들어오려면 한참 걸리는데 지금 바로 배송해준다고 하면!
판촉사원: 따로 차 불러서, 비용은 저희 쪽에서…
나: 지금 돈 줘도 차가 없는데 어떻게 처리하냐고요. 괜히 그러는 게 아니고 지금 용달차 자체가 없는데!
판촉사원: 그럼 어떡하죠… 본사 차량도 없고, 담당도 지금 다른데 나가 있는데…
대장 기사님 등장 (물론 사전에 빼뒀음. 꼭 말 안 듣고 사고 치는 사람은 나오니까)
기사님: 지금 갖다 줘야 된다고요? 지금 차 못 구해서 난린데, 저야 원래 손발 맞추던 사람들이라서 그나마 하는 거고… 제가 일단 한번 구해보겠습니다.
대장기사님: 안된다고?
대장기사님전화2: 차가 없어?
대장기사님전화3: 우리 보고 좀 해달라고?
대장기사님: 아 차 없네요.. 제가 후딱 이거부터 하고 남은 거 밤까지 배송하면 될 거 같은데요
나: 그러면 기사님 12시까지 하셔야 하잖아요….
대장기사님: 명절에 머 다 그렇죠. 제가 알아서 빨리 조정해 보겠습니다. 나: 그럼 기사님께 따로 배송비 드리세요
판촉사원: 네 그럼 얼마를 드려야.. 기사님: 괜찮습니다. 많이 팔면 되지요 머. 그래도 우리도 일이 밀리니까 시간 약속은 하지 마세요.
나: 앞으로는 지금 바로 갖다 달라거나, 시간 약속 원하는 고객님 있으면 무조건 저한테 연락하세요 -_-+
판촉사원: 네.
이후에는 다행히 소문나서 먼저 지르는 경우는 없이 먼저 나한테 연락옴.
그렇게 하루하루 주문 접수하고, 배송하고, 상품 재고 체크하고, 추가 영업하고 하니 순식간에 추석행사 기간이 마무리 됨. 다행히 목표는 초과 달성했음. 큰 고객 불만은 접수된 게 없고, 배송 오류가 난건이 좀 있었음.
아주 간략히 미화되어 있지만, 실상은 난리통 그 자체임
김영란법 시행 후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받는 쪽에서 선물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음. 보내는 쪽에서 뇌물성으로 그냥 집 주소로 던져 넣는 것들. 그런 상품은 또 한우 세트가 많아서 밖에 오래 두면 상하니 다시 찾아와야 함. 그럼 주문한 쪽에서는 어떻게 든 그 집에 놓고 오라고 함. 중간에 오도 가도 못하는 한우들의 영혼이~~~
추석이 끝나고 나면 뒤이어 반품 러시! 명절에 받은 선물을 교환! 파손이나 오배송된 상품 처리 등 또 2주 가까이가 소요됨. 명절 준비부터 실행, 사후 처리까지 아주 빡빡하게 돌아감. 매장 진열대 자리싸움도 치열하고, 판촉사원 역량 차이도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남.
그러나 그 모든 걸 이기는 건 구매금액별 상품권! 회사 직원용, 업체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데 그렇게 구매하면 구매담당자가 일반적으로 상품권은 가져감. 그래서 10+1 보다. 10개 사면 1개 가격만큼 상품권 주는 게 기업 담당자에겐 더 꿀!
이렇게 무사히(?) 엉겁결에 명절을 지내고 본격적인 영업총괄의 생활이 시작!
영업총괄의 주요 업무는 점포 지표관리, 마케팅, 회의체 운영 등을 포함한 점장님의 비서 역할이자 조정 역할(점장 성향, 담당자의 역량/경력별 편차 심함) 당시 구로점 점장님들의 스타일이 있고 나의 스타일도 있어서 나는 매일 점장님의 하루 일과표를 작성해서 책상에 올려뒀음. 요일별/시간대별로 점장님이 처리해야 할 일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과 관련된 자료를 첨부해서 두고 그 시간에 하라고 말씀드림. 점장님 휴무일에는 점장 놀이를 실행(이때부터 뒷짐 지고 점포 돌아다니는 습관이…) 나의 능력 중 하나는 귀가 아주아주 밝은 것(눈이 나쁘다 보니 다른 감각이 발달)
내 자리에서 점장님이 통화하는 내용이 다 들림. 본사에서 전화 와서 이러 이러저러 저러한 내용으로 보고를 하라는 통화가 있으면 통화 중에 관련 데이터 정리, 초안 작성해서 통화 끝나는 시점에 갖다 드림.
점장님: 이건 머냐?
나: 방금 통화하신 거요?
점장님: 응?! 벌써???
나: 머 다 들려서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중에! 메일 한통을 받게 되는데….
그 메일은 발신자 인사팀 000 수신자 나! 참조 점장님
“혁신팀 인원을 선발하는데 후보로 선정되었으니 00월 00일에 면접을 보러 와라. 6개월 단기 프로젝트로 그룹에서 마트가 시범으로 하는 과제이고, 6개월 이후에 종료. 그때 성과에 따라 보상이 있고 원하는 어느 부서에나 발령내 주겠음”
의문의 메일 한통! 회사 내에서 직원을 선발한다니?
과연 커머스 가이의 앞에는 어떤 일이!!!!!
혁신팀 이야기는 다음에 에피소드로!! 기대해 주시려나?
고맙습니다.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
mcr@3rlap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