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맞이하며

[닮은 단어들을 담아] 이 페이지를 넘겨낼 결심

by 보통의 고슴도치

찬란하고도 지독한 20대를 지나, 서른이 되었다.


앞자리가 바뀌면 좀 그럴듯한 어른이 될까 하고 기대해 보았으나, 얻어걸린 건 더 떨어진 체력뿐. 그저 하늘에서 툭 떨어져 얻은 어른다움은 없었다.


꼭 어른다워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 몫의 1인분을 다 해내는 어른이 되고 싶다. 1년째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못해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언제는 조금이라도 나아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사실에 불안했는데, 이제는 제자리에 서성이는 게 두렵다.


원한다면 지금 서 있는 곳에 언제까지고 머무는 방법도 있겠지. 다만 그게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올해는 어떻게든 이 페이지를 넘겨 내리라. 나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다음 해부터는 모든 걸 다시 흠뻑 사랑할 수 있도록, 어른이 되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