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증 일기-5] 포기하기, 포기시키기

by 흔한직장인

아이는 친구를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는 보통의 여자아이다.

베트남에 가기 전엔 일주일 전부터

“엄마 일주일 뒤에 어디 간다고? 베. 트. 남!!!! “

하며 소리치던, 보통의 아이들 보다는 조금 더 활발할지도 모를 7살 아이.


신장염의 진단 당시 의사 선생님의 표현은 ‘시한폭탄‘이었다.

신장 증상이 없던 초기 한 달 동안은 5~6일 정도 유치원에 출석했었지만 자반의 재발, 신장염 진단과 함께 아이의 유치원 가방은 꺼낼 일이 없어졌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갑작스러운 활동량 증가 등 염증을 유발하거나 면역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아이에겐 폭탄이다.

덜 자극적인 과자나, 물에 삶은 고기 정도까지는 허용됐던 이전에 비해 식단 관리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이 세졌다.


아이의 예후가 나빠지며 나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두 아이들과의 추억을 친척들과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던 계정에는 더 이상 올릴 사진이 없었다.

외출도, 외식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없었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만 늘어갔다.

한때는 돋보기 탭을 눌러 아이들과 함께 갈만한 추천 여행지나 식당을 보면, 설레며 혼자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다.

이젠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확인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 아이 또래 아이들과의 시간을 공유하는 지인들의 일상을 보는 것도 나에게는 사치스러울 평범함을 확인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어떤 단어를 하나를 머리에 떠올리고 나면, 정말 그 안에 갇혀버릴까 봐 아무 생각도 않고 아무 감정도 갖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고,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은 게 부모 마음이라던가.

대신 아프고 싶지 않고 자책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저 나아질 방법이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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