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여도 괜찮아 -1

어지간히도 담갔다 뺐다

by 흔한직장인

취미가 많은 나에게 친구가 붙여 준 별명

‘샤브샤브’

담갔다 빼기 때문이란다.




어머니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셨다. 구멍 난 양말도 감쪽같이 기워주시고, 뜨개질로 여러 패턴을 넣어가며 목도리나 장갑 같은걸 금방 떠내곤 하셨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가까이에 고수가 있으니, 취미를 시작하기엔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십자수나 코바늘, 대바늘 뜨개질은 다 배울 수 있었는데, 배우다 보니 처음만큼 재밌지 않았다. 막 시작할 땐 재밌고 새로운데, 완성하기까지의 먼 길을 견뎌낼 인내심이 모자랐나 보다. 45분 수업도 견디기 힘들다는 초등학생이니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교 시절, 한 시간 반씩 뜨는 애매한 공강시간만큼 노래방 가기에 더 적합한 시간은 없었다. 꽝꽝 울리는 사운드에 다 같이 신날 수 있는 노래를 골라 부르고 있다 보니 하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춤을 출 수 있다면 노래방이 훨씬 재미있겠다!‘

일주일 정도 고민하고선 춤학원에 등록했다. 8비트, 16비트, 아이솔레이션 같은 기본기 부터시작하는 스트리트 댄스 클래스를 수강했다. 3년을 다니고서야 깨달았지만 나는 몸에 춤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 혼자 한 짝사랑이었던 춤은 놓아주기로 했다. (물론 노래방에선 지금도 춤은 안 춘다. 나를 위해, 모두를 위해.)



6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결혼한 남편은 자신만의 동굴이 확실한 남자였다. 연애 시절엔 동굴에 들어가야 할 시기가 되어서도 다소 무리해 가며 관계에 힘을 쏟곤 했지만, 결혼 이후엔 흔히 말하는 ‘잡힌 물고기’보다는 ’ 동굴‘이 우선순위가 되는 사태가 종종 발발했다. 그러나 아직은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서로 알아가는 단계였기 때문이었을까, 남편은 아주 신사다운 제안을 해왔다.

“여보, 여보도 취미를 가져보는 게 어때? 계속 나랑 둘이서 뭘 할 순 없잖아”

이 말은 도화선이 되어 내 샤브샤브에 퐁당퐁당 빠지는 줄줄이 취미의 시작을 알렸다.


결혼 후 처음 시작한 취미는 젤네일이었다. 당시엔 젤 램프가 지금처럼 저렴하고 품질 좋게 나오기 전이어서, 꽤나 거금을 들여 UV젤램프를 구입했다. 기본적으로 베이스젤, 탑젤에 바르고 싶은 만큼의 다양한 컬러와 글리터 젤까지 구매해야 하니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곤 해도 네일샵에 다니면 2~3회 만에 소진해 버릴 정도의 금액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본전 이상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가 찾은 건 본전이 아니라, 이런 쉬운 본전을 놔두고 왜 사람들이 네일샵에 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당연히 퀄리티와 유지력 모두 처참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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