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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동준 Nov 03. 2015

아빠가 된다는 것.

외갓집 간 아들을 생각하며

생후 몇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빠가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다들 어깨가 무거워지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20대 때부터 의무보다는 마음의 소리에 따라 살았던 습관 탓일까?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는 한 생명을 보면서도 어깨가 그리 무거워지지는 않았다. (트림을 시키기 위해 어깨에 올리면 가끔 무겁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날 혼자 거실에 앉아 생각해 보았다. 아빠가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러다 문득 이 아이가 자라서 나 몰래 여자 친구도 만들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사랑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남자만의 의리의 맛도 알고... 또 시간이 더 흘러서 지금 아이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내 나이를 넘고, 중년도 되고 노년도 될 거라는 사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벅차올랐다. 내 앞에 나로부터 시작하였지만, 나일 수 없는 한 인생이 있다는 생각.


아빠가 된다는 것은 너무 사랑하지만, 나와는 독립된 한 인생이 펼쳐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구나...



분만실에서 막 나왔던 너


막상 분만실을 나온 아이를 보았을 때,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가 들어있는 투명 상자 위에 가만히 귀를 대었다. 투명 플라스틱 판 너머로 가늘게 아이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마음이 뭉클한 무엇이 생겼다.


그렇게 나에게 와준 아이는, 평생 나에게 아빠라는 학습을 하게 하는 좋은 스승이 될 것 같다. 연애를 책으로 배운다는 얼치기 학습의 말이 있듯이, 교육을 책으로 배우지 말라고, 하나님이 보내주신 특별한 선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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