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고요는 함께 걷는 것이다
프롤로그 — 고요는 함께 걷는 것이다
핀드혼에 도착한 첫날,
나는 말보다 먼저 바람을 느꼈다.
바람은 그곳 사람들처럼 조용했고,
손을 흔들거나 환하게 웃는 대신
그저 지나가며 내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고 갔다.
아무도 반가움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느꼈다.
토마토 넝쿨 사이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노인의 손길,
지나는 길목에서 천천히 걸음을 멈춘 누군가의 숨결,
무엇보다도 그 모든 공간을 감싸고 있는
고요한 시선 하나하나가
내게 건네는 인사를.
여기서는
말이 많을수록 오히려 멀어지고,
침묵 속에 있어야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면
먼저 외부의 소음을 꺼야 했다.
그건 단순한 ‘조용함’이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듣는 일이다.
식물의 숨소리, 흙의 맥박,
그리고 내 안의 두려움까지도.
핀드혼은 그런 곳이었다.
누군가 먼저 나서서 무엇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뿌리처럼 옆에 머물며,
자신의 방식으로 ‘함께 있음’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들의 인사는 손끝이나 혀끝에서 오지 않고,
등 뒤의 햇살이나 마주 본 눈동자 안에서 온다는 것을.
고요는 혼자일 때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함께 걸어야 비로소 깊어지는 어떤 숨결이다.
그리고 그 숨결은, 늘 소리 없는 인사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