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핀드혼을 마주하던 날

<프롤로그 - 고요는 함께 걷는 것이다>

by 지구별 여행자

프롤로그 — 고요는 함께 걷는 것이다



처음

핀드혼을

마주하던 날



처음 핀드혼에 도착하던 날,

나는 생각보다 말을 덜 했다.

도착 인사도, 첫 인상도

입술이 아닌 눈과 귀, 그리고 마음으로 주고받았다.

그것이 이곳에서의 첫 번째 배움이었다.


길가에 핀 꽃들은 내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고,

지나는 바람은 나의 경력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나의 느리게 걷는 걸음과

멈추어 서는 자세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주방에선 누군가 조용히 당근을 다듬고 있었고,

정원에서는 한 여인이 민들레 하나를 바라보며

아주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여기서는 ‘하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누군가가 무엇을 했는가보다는

누가 어떤 마음으로 머물렀는지를 기억한다고 한다.

핀드혼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믿는다.

그래서 일은 곧 기도이고,

노동은 곧 관계이며,

침묵은 곧 대화이다.


나는 그날,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충분한 공간에 처음 들어섰다.

그것은 내 안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떤 ‘느낌의 기억’을 불러냈다.


“나는 지금, 고요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장소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삶에 대한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핀드혼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