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딛는 예의

<제1장_자연의 발걸음 따라>

by 지구별 여행자

<1장. 자연의 발걸음 따라>



흙을

딛는 예의



땅은

언제나 먼저 나를 받아주었지만

나는 너무 자주

그 위를 지나치듯 걸었다.


핀드혼에 와서야

나는 비로소 알았다.

흙을 밟는 건

허락을 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매일 아침,

신발을 벗고 정원에 들어설 때면

발바닥이 먼저 묻는다.

“오늘,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될까요?”


흙은 대답하지 않지만,

풀잎 하나가 가볍게 흔들리거나

벌레 하나가 내 걸음을 멈추게 한다면

그건 환영의 표시일지도 모른다.


여기선

길을 걷는 것도 예식이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

기도이며 감사이다.


땅을 함부로 밟지 않는 사람은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배운다.

뿌리의 언어로 걷는 법,

침묵의 발소리로 인사하는 법을.


가장 조용히 걷는 날,

흙이 먼저 내 이름을 불러준다.

그 부름 속에서 나는

이 땅에 잠시 머물러도 된다는

은밀한 허락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