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의 인버네스
인버네스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이어 두 번째로 끝 도시이다. 도심은 걸어서 몇십 분이면 될 정도로 작다. 인버네스 위쪽으로는 더 이상의 도시 다운 도시는 없다. 인버네스는 스카이 섬으로 출발하는 중 거점이기도 하다. 에든버러를 출발한 기차는 피틀로크리를 지나 인버네스에 이어 스카이 섬 길목까지 안내한다. 스카이 섬 트래킹은 이곳에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첫날 도착한 밤에 만난 인버네스는 매우 낯설다. 오후 3시에 이르자 겨울 해는 땅거미를 부르기 시작한다. 높은 위도 탓인 듯싶다. 3시 반, 4시가 되자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밤을 밝히는 조명은 켜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듯하다. 어둠이 깔리고 밤이 오는 틈 사이에 들린 카페 역시 옛 스러움이 정겹다. 투박하게 덧댄 나무를 등지고 마시다 남은 위스키가 나란히 병정놀이 하듯 서 있다. 위스키 병정을 찾아 줄 손님을 기다리는 듯하다. 술 몇 잔과 커피 값을 치른 영수증은 직접 주인이 누런 종이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썼다. 사람 사는 정겨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카라로(carraro) 커피숍의 커피잔은 인버네스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커피잔에는 1927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그 숫자는 커피숍의 시작을 알리는 연표 같기도 하다. 만약 개업 초기부터 이 잔으로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커피를 마셨다면 얼마나 많은 손님을 맞이하며 얼마나 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테일러 숍 쇼윈도에 전시된 스코틀랜드 전통복장이 제법 멋스럽다. 쇼윈도에 비추어진 그 멋스러움에 놀라고 옷깃에 붙은 가격 라벨을 보고 다시 놀란다. 우리 돈으로 계산해보니 250만 원 정도 되는 듯하다. 가격 여부를 떠나 멋지다. 하긴 우리 한복도 그 이상의 가격을 하니.... 짧은 여정의 인버네스는 오래된 미학의 재미를 준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