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이 작고, 방송권역이 좁다보니 공동체라디오방송을 통해 하는 얘기도 대개가 '작은' 이야기이다. 우리 동네 이야기가 방송의 주제이고 소재다. 국가 차원의 큰 주제나 소재는 레거시미디어라고 하는 큰 언론과 방송들이 매일 다루고 있으니 공동체라디오에서 또 다루는 건 불필요하다.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의 작은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물론 국가적 사안이라도 우리 지역에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다면 당연히 다뤄야겠다. 예를 들어 이태원참사와 같은 큰 사건의 희생자가 지역에서 나왔다면 그 소식을 '지역의 입장'에서 다뤄야할 것이다. 지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을 다른다면 시선을 다르게 해야 할 것이다. 레거시미디어가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을 찾아내 다뤄야 한다. 기존 미디어에서 재개발과 같은 부동산 뉴스는 늘 자산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데 공동체라디오라면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동체라디오는 작은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우리 동네의 이야기, 우리 이웃의 이야기, 옆집 사람의 이야기가 방송을 탄다. 공동체라디오가 개국했을 때 많은 언론에서 ‘뒷집 개똥이네 집에서 송아지가 태어났다’거나 ‘감나무집 큰 아들이 장가를 간다’는 내용이 방송을 탈거라고 보도했는데 사실 그런 소식은 거의 방송을 타지 않는다. 낭만적으로 공동체라디오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공동체라디오를 시골에 가면 '주민 여러분, 이장입니다~' 하는 이른바 '이장 방송'을 생각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데 공동체라디오는 기초지자체를 기준으로 허가가 나고 있으니 '적어도 한 개 대도시'를 기준으로 허가가 나는 지역방송 보다는 무척 작지만 이장방송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공동체라디오가 주요하게 다뤄야 하는 내용은 지방자치단체들의 소식, 지역의 기관 및 단체들의 활동, 지역문화행사 등이다. 중앙언론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소식이었다. '6시 내 고향'이나 '내 고장 소식' 같은 프로그램에서 정겹게 다루는 정도의 소식이었다. 하지만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활동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전거도로를 설치한다거나 재개발 계획을 세운다든지 하는 결정들은 대부분 지방정부나 지방의회 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결정한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멀쩡한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다시 까는 행위들도 모두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는 행위이다. 지역의 시선으로 지역을 바라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다. 동네의 작은 봉사모임이 조손가정 돕기에 나섰다느니 독거노인을 위해 집수리 봉사활동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에서부터 동네놀이터에서 작은 문화행사가 있다든지 무료자전거수리 행사가 있다는 얘기까지 어찌 보면 자자란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공동체라디오가 다루는 내용은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작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이야기라 하니 많은 경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 살아가다보면 우리 생활과 삶에 깊이 관계되어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부부간의 크고 작은 사건, 시어머니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헤프닝, 장애인 아이를 키우며 겪게되는 애환과 어려움, 취업과 전망에 고민, 이웃과 아이키우며 벌어지는 일,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는 '작은' 일들로 우리 생활과 삶은 꽉 차있다.
기초지자체라 하더라도 지역으로 내려가면 작게는 인구 4~5만, 도시의 경우엔 3~40만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작은 교실 하나에서도 굉장히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데 적지 않은 인구가 살고 있는 기초지자체의 경우 말해 무엇할까? 기초자지단체장에서부터 시도의원, 구의원, 크고 작은 기관과 단체 정말 많은 시사적인 문제가 날마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중 흥미 위주의 사건사고만이 기존미디어에 잡힌다. 대표적인 게 기초지자체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이다. 이 사안은 '국민의 세금을 놀러다닌데 사용한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정말 기존미디어의 단골 소재이다. 이렇게 단발성 흥미거리가 아니면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나 미담 사건이 있을 경우에 소재로 다뤄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건사고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너무도 많은 관점과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기존 미디어의 입장에서 보았을 경우에 '작다'뿐이지 사실은 작지만은 않은 이야기꺼리가 날마다 쏟아지고 있는 곳이 공동체라디오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