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슈퍼히어로다

평범함은 죄가 아니다

by 모두까고싶은 마음

취업 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와 면접 앞에서 한순간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왔지만, 자소서 한 장 안에서 이들은 기업이 원하는 모든 능력과 경험을 갖춘 슈퍼히어로가 되어야 한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 대단한 리더십 경험, 남다른 열정과 성취까지. 그야말로 '못 하는 것이 없는' 만능 인재로 재탄생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평범한 대학생은 수업 듣고, 과제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다. 특별히 남들 앞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 기회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자기소개서에는 이런 평범한 경험은 설 자리가 없다. 결국 평범한 삶을 과장하고, 별것 아닌 경험조차 대단한 업적인 것처럼 포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자소설'이 표준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평범한 경험을 말하면, 열정이 부족하다거나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평가받는다.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경력을 요구하는 웃지 못할 현실이 이미 익숙해졌다. 결과적으로 취업난이 심화될수록 자소서의 허풍과 과장은 더 커지고, 면접장의 연기는 더욱 능숙해진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채용된 슈퍼히어로들이 입사 1~2년 안에 높은 비율로 퇴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했지만, 실제 업무 환경과 자소서에서 연기한 '슈퍼히어로'의 모습 사이에는 괴리가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뽑은 인재가 빠르게 이탈하고, 지원자 역시 진짜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합격한 뒤 현실에 지쳐 떠난다. 결국 이 악순환은 기업과 지원자 모두에게 손해만 안긴다.


이 과정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자기 자신을 점점 잃어간다. 진짜 자신의 모습은 무시되고, 꾸며낸 인물로 평가받는 현실에서 허탈감과 무기력함을 느낀다. 기업들이 원하는 '슈퍼히어로'가 되지 않으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세상에서, 평범함은 어느새 무능력의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는 과연 이런 과장과 허풍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모든 이가 특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평범하게 성실히 살아가는 대다수는 어디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가. 자소서 한 장 속에서 영웅이 되는 법보다, 평범한 이들이 당당히 인정받는 세상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SNS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