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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ply Jun 24. 2022

내 마음대로 뽑은 최고의 21-22 국내 광고 TOP

-한 명의 대학생이 바라보는 '최고의 광고'

 광고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여러 광고를 찾아보거나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광고를 전문으로 리뷰하거나 소개하는 채널을 구독해서 챙겨보기도 하고, 나만의 '광고 분석 노트'를 만들어서 정리하기도 한다. 그런데 좋은 광고라고 소개되는 대부분의 광고들은 국외 광고이고, 국내 광고에서 좋은 광고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소재의 다양성과 많은 자본 등이 좋은 광고를 만들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그리고 실재로도 박수를 절로 치게 되는 광고 및 캠페인도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21년부터 22년 현재까지의 기간 중에서 만들어진 국내 광고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광고 5편을 5개의 기준에 맞춰서 뽑아보았다. 당연히 개인적인 견해이고, 더 좋은 광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광고들 또한 그에 뒤쳐지진 않을 것이다. 분야는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병맛 부문', '캠페인 부문', 'CM 부문', '브랜드 광고 부문', '아이디어 부문'으로 나눠보았다.





병맛 부문 [{Dark Farm : 검은 농장}-김유정을 울린 그 사건의 전말]

병맛 광고 부문, 라네즈 래디언씨 크림의 광고. 타 화장품 광고와는 달리 슬퍼하며 마치는 화장품 광고인 것에서부터 차별점이 느껴진다.

 이 광고는 라네즈 래디언씨 크림을 광고하는 내용으로,  22년 1월에 제작된 광고이다. 매인 모델로 김유정이 나오는데, 피부를 하나의 마을로 생각하는 발상이 기발하기도 하고 이를 광고로 만든다는 것이 22년도 들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병맛 광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현미경으로 뺨에 거주하는 생명에 감정을 느끼는 김유정


뺨에 거주하는 농민들의 모습. 잡티가 많은 것을 풍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피부 관리사 역으로 나오는 김유정은 고객의 피부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고객의 오른쪽 뺨에 거주하고 있는 '잡티' 수확하는 농부들을 보게 된다. 그곳의 농부들은 잡티를 재배하여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으며 짧게 등장하긴 했지만 가족들마다의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를 보며 김유정은 그들에 공감하고 놀라워 하지만, 래디언씨 크림으로 잡티를 잡아야 할 때가 오자 농부들은 도망치기 시작한다. 크림을 바르는 것이 그 마을에게는 자연재해로 다가오고, 턱이라는 절벽까지 그들은 몰리게 된다.


크림을 피해 도망치다가 턱을 만난 사람들/'크림'이 다가오는 장면/감동적인 가족의 마지막 장면
평화로운 고객과 피부 위의 사람들에게 슬픔을 느낀 김유정

 

 이런 전개는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웃기지만, 막상 광고를 모두 보고 나면 이 스토리가 머릿속에 남는다. 정말 병맛스럽게 잘 만들어낸 광고라고 생각이 든다. 크림을 바르는 바깥세상은 평화롭고, 피부 위의 세상은 혼잡과 난장판인 분위기인데 이러한 현실과 대비됨으로써 나오는 웃음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슬픈 분위기가 주는 웃음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광고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 보고 피식하고 웃기에 좋은 광고..

광고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pEJP2jmRfZ0




캠페인 부문 [2021 TVCF 집을 지키는 집 × 스위첸 등대프로젝트]

스위첸 등대 프로젝트

 이 광고는 KCC의 캠페인 광고로, 거의 1년 전에 아파트 경비원들의 대우와 관련하여 이슈가 되었던 것을 모티프로 제작된 광고이다. 건설사인 KCC가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아무래도 좁다. 아파트및 건물만을 가지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관련 이슈를 캐치해서 광고를 만드는 것은 경쟁사와는 차별되는 그들만의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보인다. 이 광고는 21년 7월에 제작되었다.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불이 다 꺼진 아파트 단지에서 홀로 빛을 내고 있다는 것을 '등대'라는 소재로 생각해냈다는 것이 인상 깊다.


 가장 앞부분은 KCC에서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밤에 단지를 순찰하는 경비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왜 프로젝트의 이름을 '등대 프로젝트'로 정했는지 암시하는 동시에 '경비원'의 존재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경비원들의 근무 환경을 위해서, KCC에서는 경비실 수리 및 리모델링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들의 첫 번째 등대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섬집 아기'를 피아노로 연주한 멜로디를 사용했다. 이마저도 경비원의 역할을 부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음으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수리하기 전의 경비실과 이후의 경비실을 비교한다. 물론 영상에서 필터를 써서 더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의도가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바뀐 경비실은 확실히 깔끔하고 품위 있는 공간이 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바뀐 경비실 외관 중에서 'SECURITY' 간판이 생긴 것은 경비실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바뀐 천장과 전등
 기존보다 경비실의 정체성을 키우기 위해서 'SECURITY'를 경비실에 단 것이 포인트. (물론 편집할 때 필터를 일부로 다르게 써서 대비효과를 쓰려 한 것이 보이긴 한다.)


 그 당시의 이슈를 잘 캐치하여 캠페인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광고임에 틀림없다. 캠페인을 광고로 만들어서 그만한 효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뽑아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광고를 진행한 것이 큰 모험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이 광고가 크게 효과를 봤다 하기에는 어렵지만, 사회에 따뜻함을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KCC만이 할 수 있는 따뜻한 캠페인, 등대 프로젝트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QyYgEDKV5U


+놓치기 아쉬운 KCC의 광고들

 

 거의 매년마다 KCC에서는 좋은 광고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19년도에 '투 머치 토커'의 원조격인 박찬호를 모델로 내세워서 그 특성을 이용해 KCC의 기업 자랑을 하는, 재밌는 광고. 또, 집을 '엄마'의 특성으로 치환하여 항상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가던 딸의 모습을 담아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 20년도에는 해외의 TIDE광고를 패러디하여 만든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이 그 대표이다(마지막에 나오는 역대 국내 광고들에 대한 찬사는 광고를 관심 있게 보는 한 사람으로서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끼게 한다). 올 해에도 좋은 광고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가져본다.


박찬호의 TMI를 듣는 면접자의 멘털 나간 표정. 뒤의 배경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빨리 감기 효과가 들어간다.
각각 [꽃을 든 남자], [바디프렌즈], [농심 신라면] 광고를 성동일이 모두 연기하며 이어 붙인 광고. 보면서 '와 이런 광고도 있었지'하는 생각이 스처지나간다.



CM 부문 [여기어때]

 

'여행할땐 여기어때~~~'/왼쪽부터 아누팜, 장윤주, 윤종신, 미주, 장기하, 노홍철, 미노이, 빠니보틀

 CM, Commercial Music을 뜻하는 단어로 CM송으로 알려져 있는 단어다(사실 CM송이란 단어는 콩글리쉬이다. CM 또는 로고송이라는 말이 올바른 단어이다.). 최근 들어서 이런 CM 광고를 잘 찾아보지 못했다. 있었다고 해도 홍보에 성공하지 못한 것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여기 어때 광고는 CM으로는 너무나 성공한 광고이다. 그 증거로 외워버릴 정도로 강한 중독성을 가진 가사와 800만 조회수를 넘겨버린 영상의 조회수를 뽑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로나민C'뒤를 잇는 CM 광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기하의 '여러분 때가 됐어요. 여기어때 할 때'.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맨트이다.

 이 광고는 22년 5월 31일에 등장했는데,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광고이기도 하고 이번 여름을 기한으로 둔 광고임이 잘 보인다. 물론 봄 버전으로 낸 광희의 영상과 이영지, 장범준의 영상도 있지만, 이 영상들은 1달도 되지 않고서 광고 영상의 조회수가 800만 회를 기록한 영상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전에도 비슷한 멜로디와 가사였지만, 여름 버전은 좀 더 '여름스러운'느낌이 강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광고의 또 다른 키포인트는 캐스팅이다.

 

 8명의 신선한 조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보는 재미를 더 느끼게 한다. 광고의 훅(hook)이 CM 말고도 영상에도 있는 것이다. 물론 아무 관련 없고 뜬금없다는 평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정말 상상치도 못한 조합이기도 하니 화재성 측면에서는 충분해 보인다. 오징어 게임의 영원한 깐부 아누팜, 최근 곡을 내고 다시 유명세를 탄 장기하, 여행하면 떠오르는 유튜버 빠니보틀, 자유로운 영혼의 노홍철, 그 외에도 여전히 좋은 이미지를 얻고 있는 미노이, 미주, 장윤주, 윤종신의 캐스팅은 매우 신선하다.


여행이라는 이미지를 잘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심벌을 찾기 힘든 요즘, '여행할때 여기어때'라는 심벌을 무기로 사용하는 광고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P92gJB61UUU 




브랜드 광고 부문 [시몬스 OSV 광고]
시몬스의 브랜드 광고. 보고 있으면 딴 건 모르겠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OSV란 Oddly Satisfying Video의 약자로, 보고만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영상이라는 뜻이다. 이 광고는 광고의 스토리나 교훈을 찾기는 힘들다. 정말 말 그대로 스토리는 찾기가 힘들다. 영상에서 의미를 찾기는 더욱 어렵다. 단지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뿐이다. 8개의 기분 좋은 영상이 재생되는데, 시몬스 로고는 첫 번째 영상의 가장 앞에만 등장하고 그 이후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로고가 아니었다면 정말 시몬스 광고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편안한 영상들이 재생된다.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위 모습만이 반복된다.


 이 광고는 22년 1월에 등장한 광고로,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영상이다. 이런 광고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이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가 NO.1이라는 기업의 생각과 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영상을 봤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 '아 이 기업은 이런 영상 만들만하다'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그리고 시몬스는 이런 광고를 만들기 충분해 보인다. 기업의 가치를 올려주는 광고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특이한 인식을 심어 놓고 굳히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정말 '브랜드 광고'라는 말의 정석인 광고처럼 생각된다.


 제품의 성능을 내세우지 않는 광고를 내세우기 시작한 시몬스의 이번 OSV광고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mn_QIhyfa8s 




아이디어 부문 [타임머신 개발 스토리_full (feat. 현빈)]

'이 필터는 그냥 필터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무려 7분에 걸쳐 설명한 광고. 그러나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기발함이 돋보이는 광고.


 이 광고는 바디럽의 퓨어 필터를 설명하고 있다. 이 광고는 21년 10월에 등장했으며, 현빈이 어이없는 소리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이다. 병맛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필터를 타임머신에 비유하면서 필터를 통해 태초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 즉, '백 투 더 퓨어'를 강조한다(이 광고의 실제 재목이다).

 

타임머신을 개발한 과학자 / 스스로를 뭉개버린과학자 / 시공관리국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왔지만, 또 깔아 뭉개버린 직원

 현빈은 이 필터가 그냥 필터가 아니라고 소개하면서 이 필터와 관련된 스토리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어느 과학자가 우연히 타임머신을 개발했는데, 이를 이용해 지난주의 자신에게로 가서 로또 번호를 알려주고자 한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자신의 타임머신이 지난주의 자신을 깔아뭉갰고, 시간이 겹치게 된다는 설정을 통해 태양계 소멸이(굉장히 거창한 세계관이다!) 5분밖에 남아있지 않던 시점이었다. 그때, 비상 신호를 받은 '시공관리국'에서는 시간을 다시 되돌려서 과학자가 자신을 죽이지 않은 때로 갔지만, 또 다른 신박한 방법으로 죽게 된다. 다른 방법을 찾던 도중 직원이 직접 타임머신을 타고 과학자에게로 가는 방법을 택하지만 이는 과학자를 또 깔아뭉개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타임머신은 인간이 사용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판단하여 그 기술력을 이 필터에 숨겨놓았다는 스토리이다.


바디럽 광고를 위한 빌드업 [인류가 타임머신 기술을 잘 활용할 때까지 / 숨기기로 합니다 / 익숙한 곳에 말이죠]
이건 샤워기 필터가 아닙니다 / 초소형 타임머신이죠

 

 정말 기발하다. 타임머신처럼 이 물이 더럽기 전으로, 완벽히 깨끗한 때로 돌아간다는 발상을 떠올렸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는 타임머신의 기술과 형태를 필터에 숨겨놓았다는 내용인데, 이는 왜 이 필터가 특별한지를 과장스럽지만 독특하게 설명하는 데 성공했고, 정말 깨끗한 상태로 되돌려 준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임이 분명하다.


지금은 이렇게 스토리를 모두 알고 봤지만, 모르고 봤을 때는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광고..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Y0BZ_NOc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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