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대학생이 바라보는 "광고"
최근에 어떤 강의에서 중간고사 대체 과제로 에세이를 쓰는 과제를 받았다. 그 과제를 위해 작성한 글인데, 나름 괜찮은 주제를 고른 것 같아 여기에도 남기고 싶었다. 다만, 분량이 너무 많기도 하고 좀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약간 수정하여 써 보았다.
예전에 재밌는 광고 진짜 많았는데..
10년 전에 떠오르는 광고를 말해보라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광고가 많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skt 통신사의 ‘skt 생활 백서’, U+에서 광고한 ‘유플러스 LTE8’, 오로나민C 광고 등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본 광고 중에서 기억나는 광고 있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평소 광고를 의식하고 보지 않았다면 당연히 기억하기 힘들 것이다. 나도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배달의민족’의 광고를 떠올렸었는데, 찾아보니 이 광고도 어느새 등장한지 4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답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광고가 과거와 달리 왜 잘 기억되지 못하고, 화제 되지 못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적어보았다.
먼저 광고의 양이 너무 많다
광고해야 할 제품도 많은 데다 아무리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어도 그 양이 너무 많은 나머지, 마음에 드는 광고와 좋아하는 광고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영상광고만 우리가 보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내부/외부 광고, 대중교통에 붙는 광고 등을 포함한 옥외광고와 지면광고 등도 지속적으로 보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수많은 광고들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의 과다 노출은 소비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는데, 광고의 과도한 노출 및 광고 보기를 강제한다면 소비자가 광고를 대하는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소비자가 특정 광고에 많이 노출되어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인 쪽으로 변할 수 있도록, 기업은 광고를 계속해서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의 광고처럼 소비자가 진행하려던 영상 시청과 같은 활동을 방해한다면 그저 광고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광고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피하려고 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부정적인 영향이 이미 생겼다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갖가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광고로 내보내는 상황에서 광고의 양과 그 강제성을 제재할 수는 없다. 다만, 이렇게 광고가 넘쳐나고 이제는 소비자들이 광고를 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 광고가 판을 친다..
그리고 광고 자체에서 원인을 찾자면, 광고의 질이 너무 낮다. 유튜브나 네이버 등의 광고를 보라. 간단한 문서 앱, 게임, 프로그램을 광고하는 것을 보면 보는 것 자체가 싫어질 정도이다. 광고계에서 말하는, 퀄리티가 좋지 못하고 속된 말로 구린 광고를 뜻하는, ‘짜치는 광고’가 너무 많다. 물론 그 와중에도 정말 재밌고 좋은 광고들도 나온다. 그런 광고들은 감동을 주기도 하고 기업에 대한 생각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어느새 해당 기업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그 광고가 얼마나 좋은 광고였는지를 알 수 있다. 좋지 못한 광고의 예시는 너무나도 많은데, 좋은 광고를 찾는 것이 훨씬 어려울 정도이다.
대표적으로 ‘짜친’ 인쇄 광고를 예시로 들자면, 쿠팡이츠의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이다. 지난번에 서울에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도중에 쿠팡이츠의 스크린도어 광고를 보게 되었다. 해당 광고에는 ‘우아한 노원구민 여러분 쿠팡이츠로 오세요’라고 크게 적혀 있었고, 누가 봐도 배달의민족 마스코트 ‘배달이’ 헬멧을 쓴 남자는 배달의민족 대표 문구를 패러디하며 ‘나도 노원구민이었어!’하고 외치고 있었다. 배달의민족의 자체 글씨체와 고유 색깔을 써 가는 것부터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본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을 쓰는 것, 대표 문구를 따라 하는 것까지. 회사의 광고비용을 걱정할 정도로 아까운 광고이다. 경쟁사의 문구를 가져다 쓰면서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이 ‘짜치는’ 광고. 절대 좋은 광고라 하기 힘든 짜친 광고의 표본으로, 소비자들이 광고에 대한 반감을 크게 가지게 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애초에 광고를 잘 접하지 못하는 환경이 되었다
다음으로 영상광고를 볼 수 있는 매체의 수가 많이 늘고 광고 시청 빈도가 줄었다. 과거 대부분의 많은 영상광고들은 TV 광고였다. 30초에서 1분에 달하는 광고를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청했고, 재밌고 좋은 광고는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광고를 넘기고 싶어도 기다리면서 광고를 시청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상광고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너무 많아졌고, 온전한 하나의 광고를 보는 빈도수도 줄어들었다. 유튜브 광고 환경만 봐도 알 수 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광고들은 소비자들이 광고를 넘기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길게는 10초에서 짧게는 4초 정도의 분량으로 만들어진다. 대부분 15초 이상으로 영상 길이가 넘어가게 되면 5초 이후에 skipp 버튼이 등장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버튼이 눌리기 때문이다. 온전한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유튜브에서 월별 정액제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시행하면서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환경까지도 마련되었다. 결국,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매체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광고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광고가 펼쳐지는 환경조차 바뀌었다
1인 인플루언서들의 광고가 눈의 띄게 늘었다. 솔직함을 선호하는 세대의 특성에 따라, 인플루언서들의 광고 영상은 또 다른 종류의 광고 매체로서 장점을 지니게 되었다. 인플루언서들 특유의 솔직함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그런 방식의 광고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1인 미디어 시장이 하나의 광고 매체로서의 특징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광고 영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내용의 댓글로 파악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이‘간이 상담원’이 되어 상품 구매에 대한 구체적 상담을 도와주기도 한다. 물론 상담원의 전문성이나 신뢰성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들기에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댓글만의 장점이 있기에, 댓글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다. 결국 8분이 넘어가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상광고는 8분이 넘는 기나긴 광고인 것이다. 이러한 광고 영상 중에서 기억에 남는 좋은 광고는 당연히 찾기 힘들고, 본인이 어떤 광고를 봤었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광고 자체의 질과 광고 환경 때문에...
따라서 우리가 과거처럼 광고를 회상하기가 힘든 이유는 광고의 양과 질적인 측면 외에도 광고가 이뤄지는 환경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도 좋고, 더 나아가 기업에게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광고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소비자들에게 좋지 못한 광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광고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단순히 짜치는 광고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발상도 생각하면서 ‘좋은 광고’로 다가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저 그런 광고가 아닌 좋은 질의 광고를 목적으로 할 수 있다. 동시에 기업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피드백을 공유하는 것을 건전한 문화로써 자리 잡도록 신경 써야 한다. 해당 문화가 창의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결국은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접하는 사람이 광고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기업은 변화하는 광고 시장의 형태에 유의하면서 제작해야 한다. 변화에 대응해야만 사회적 기조와 다른 광고를 내지 않을 수 있고, 소비자 친화적인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 유튜브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서의 광고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유튜브와 같은 웹사이트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10초가 넘어가는 광고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광고를 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 아니기에 바로 skip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5~10초 이내로 끝나는 광고를 해당 웹사이트들에 보이는 광고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몇몇 광고들은 그들의 광고를 끝까지 시청하는 것을 의도하기 위해 시작하는 5초 동안 skip 버튼을 누르지 말아 달라는 광고 모델들의 애원을 자주 볼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을 정도이다. 물론 최근에 광고 시청을 애원하는 모델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성장에 따라서 광고의 형태를 그에 맞춰 변화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같은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를 맡기고 그 효과가 좋다는 것이 입증되자 광고를 맡기는 빈도수가 늘어난 것도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인지하면서 광고 계획을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TV나 영화에 등장하는 간접광고를 그 작품에 잘 스며들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영화나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에서는 간접광고를 공격적으로 집어넣지만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적다. 영화‘부산행’의 KTX,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프라다는 각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작용하고 직접적으로 연출되지만 거부감이 든다고 보기 힘들다. 간접광고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하고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일 수 있는지는 연출자들의 연출 방식에 달렸다. 따라서 간접광고를 어떻게 등장시키고 작품과 엮을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를 자연스럽게 등장시킴으로써 제작 자본을 충당함과 동시에 시청자들이 간접광고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을 최소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두면서 제작해야 한다.
한 번쯤 생각해 볼 주제다.. 과거에는 광고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고, 당시 기준으로 중독성 있는 광고가 많이 등장했다. 위 과제에 쓰진 못했지만, 가장 큰 요인을 고르라 한다면 광고의 질을 꼽을 것이다. 분명 좋은 광고라면, 광고에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본 광고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물론 요즘에 다시 '재밌는 광고가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선해야할 점들이 많이 보인다.'
국어사전에 ‘광고’ 두 글자를 검색해 보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의도적인 활동’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사전의 정의대로만 광고를 만들고 내보내는 것은 너무 예전의 일이다. 이제는 하나의 광고를 소비자들에게 보이기까지 고려할 사항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광고를 마주쳤을 때 하나의 볼거리로 즐길 수 있는 동시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갈 수 있는, 두 경제 주체 모두 득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