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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ply Jun 07. 2022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 한 명의 대학생이 바라보는 "MBTI"

 사람의 성격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MBTI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과몰입하지 말라, 믿을 수 없다, MBTI는 혈액형 성격론이랑 다를 게 없다... 등등의 다양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새로 말을 꺼내기 위해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다.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쓰임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S와 N을 구분하는 것이다. S는 현실형을 뜻하고 N은 직관형을 의미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각각을 '현실적인 사람'과 '이상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분명 설명에 보면 직관형은 '현실 그대로 보기보다는 감각에 의존하여 해석한다'라고 쓰여있는데, 언제부턴가 '상상력 풍부한 사람'이나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 그 예시이다.


더 강력해진 MBTI의 위상


  MBTI가 원래 만들어질 때는 분명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고자 하는 목적으로부터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요즘 쓰이는 추세를 봐서는 오남용 되는 것처럼 보인다.


 미지의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이다. 타인에게 악감정만 없다면 대화를 통해 알고 싶어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정보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성격'에 대해 알려주는 MBTI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MBTI 유형 각각의 특성을 정리한 게시물, 편의점 맥주에 등장한 MBTI,  MBTI를 소재로 한 유튜브 영상들과 TV 프로그램, 그리고 논란의 여부와는 별개로 기업의 면접 질문에도 등장한 MBTI. 이런 모습을 보면, 점점 MBTI가 우리 일상 속에서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다만 주의해야 하는 오남용 중 하나가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틀로 분류한 것이지 모든 사람이 16가지 틀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실제 성격과 MBTI가 나타내는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 단순히 '너는 그 유형이니 그런 성격이어야만 한다'라고 생각하면서 편견을 가지지 말고, 상대를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잘못 사용되는 모습들이 일상에서 자주 목격되는 것 같다. 지인이 겪은 일인데, 봉사 활동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서로 알아가기 위해 자기소개와 MBTI를 서로 말하면서 대화를 텄다고 한다. 지인은 외향형(E)을 포함하는 MBTI로 자신을 소개했는데, 소개한 뒤에 유독 한 사람이 자신에게 부담스럽게 행동하면서 장난을 걸었다고 한다. 그래서 멀리 하고 싶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지나고 오해를 풀 자리가 있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지인의 MBTI가 외향형이라서 자신의 행동들을 부담 없이 받아줄 것으로 판단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면서 미안함의 뜻을 건넸다. 단순히 그가 무례하고 예의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행동의 이유로 'MBTI가 E'인 것을 들었다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은 MBTI를 사람을 대하는 기준으로 사용했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분명한 오남용이다.


 자신을 MBTI의 틀에 가두는 것도 오남용이다. MBTI의 매력에 깊이 빠졌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나는 ~니까 이런 거야' 'MBTI가 ~인데, 왜 이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걸까' '난 왜 MBTI가 ~일까..' 'MBTI가 ~로 바뀌면 좋겠다' 등의 생각이 그 예시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단순히 자존감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 MBTI의 재미와 매력에 깊이 빠진 사람일 것이다. 책이나 강연을 접하면 분명히 '자신을 깨닫는 것은 어렵고 오래 걸린다'라고 말하는데, 미리 MBTI로 알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도 주의해야 한다. 위와 같은 생각들은 남과의 비교보다도 더 자신을 비참하게 내몰 수 있는 비교이기 때문이다. 그냥 어떤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현실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지만, MBTI와 비교하는 것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이상' 그 자체와 비교하는 것이다. 해당 생각들에 빠지다 보면 자존감은 물론 원래의 내 장점마저 사라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저는 ENTJ입니다


ENTJ <출처: 무료성격유형검사 홈페이지 캡처>

 좀 TMI긴 하지만 내 MBTI는 ENTJ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내가 전형적 리더, 계획적인 사람, 남에게 관심 없는 사람처럼 살았다. 뭔가 스스로와 안 맞는 느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행동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맞나' 하는 생각과 함께 원래의 나와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글의 제목인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의 답에 '저는 ENTJ입니다'라고 답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나는 그랬다). 사람들이 '나=ENTJ'가 아니라, '나=MBTI가 ENTJ인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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