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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ply Jun 07. 2022

'말'이 만들어내는 '벽'

-한 명의 대학생이 바라보는 "가스라이팅"

 요즘 내 주변인들만 봐도 너무 멘탈이 많이 깨진다. 피곤한 인관관계가 생겨서 그렇기도 하고, 거의 다 해가던 과제가 갑자기 컴퓨터의 수많은 0과 1 사이 어딘가로 사라져서 그렇기도 하다. 멘탈이 깨지니까 다시 일어나는게 힘들다. 그런데 가끔 힘들다고 생각하고 멘탈이 회복 불가한 상태라 생각이 들다가도 스스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진짜 힘든 건지,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지..


 물론 정말 힘들 수도 있다. 내 배터리가 0%로 수렴하여 이제는 충전기를 꼽아야 한다는 머리로부터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이 때는 당연히 충전기를 빨리 찾아야 하고, 일상생활하는데에 지장 없을 만큼 충전해 줘야 한다. 


 그런데 내 배터리가 사실은 0에 가깝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 많이 돌아다닌 것 같고 충전을 안 한 지 오래된 것 같아 잔량을 확인해 보면 50%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 정도면 집안일 같은 간단한 일처리나 밀린 연락하기, 계획 세우기 등은 할 수 있는데 충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나머지 일찍이 충전기를 꼽아버리기도 한다. 충분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위 상황의 이유로 귀찮아서, 개을러서, 정신적으로 강하지 못해서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과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말이 만들어내는 벽 때문에 우리가 쉽게 충전기를 꼽아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가스라이팅. 최근에 많이 언급되는 말이다. 의미를 찾아보면 상대의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하여 지배력을 강화한다고 쓰여있는데, 어쩌면 우리는 우리 구성원들에 의해 '가스라이팅'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자주 사용되던 페이스북과 요즘 주요 sns로 언급되는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감성글귀'를 검색해 보면 정말 많은 양의 게시물들이 뜬다. 감성적인 사진을 배경으로 하거나 노트에 손글씨로 실연, 짝사랑, 행운, 행복, 인생의 허무감, 위로 등의 다양한 내용이 적혀있다. 들어가서 보이는 것을 가져오자면 다음과 같다.

 

너는 어여쁘고 참 귀하다
우는 나를 보며 네가 울자 슬프지만 슬프지 않았다.
감정을 늘 이기려고 하지 마세요. 가끔은 져 주고 그래도 됩니다. (중략) 괜찮아질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의 청춘이 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위 글귀들이 배터리가 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필요한 글들일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위로를 글로라도 받는 것은 작지만 필요한 도움이다. 그런데 배터리가 50%, 60% 심지어는 80%인 사람이 위 글을 보고 위로를 받는 행위는 분명 과충전이다.


 배터리가 50%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위 글귀를 한 두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접했을 때, 오히려 배터리가 빨리 사라진다. 스스로를 못나고 불쌍하며 아픈 사람이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게 크게 부정적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분명 자존감 하락의 문제도 있겠지만, 발전의 측면으로 봐도 비효율적이다. 


 스스로를 항상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가 정말 힘들고 슬픈가? 내 청춘이 헛된 것 같고, 실연당한 것이 정말 상대방 때문이고 내 잘못은 없는가? 청춘은 그저 아프기만 한 것인가? 진심으로 괜찮지 않은가? 어떤 상황을 심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은가? 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생각인가, 그저 회피하는 건가?


 그렇다고 벽을 만나서 힘들고 슬프고 포기해야 할 때, 벽을 부수고 나아가자거나 넘어버리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 벽이 생사를 가르는 벽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지만 내가 지어낸 벽인지 아닌지는 구분이 필요하다. 내가 새운 벽을 최종 벽이라 생각하고 부수거나 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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