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책으로 깨달은 것들
7살인 우리 집 꼬맹이는 요즘 한글 쓰기에 푹 빠져 있다.
받침을 빼먹기 일쑤이고 더듬더듬 쓰는 수준이지만, 본인이 쓰고 싶은 글들을 소리 내어 쓰는 걸 보면 너무나
귀엽고 대견해 보인다.
어떤 날은 낮잠 자고 일어나니 저런 메시지를 써서 거실벽에 붙여 놓기도 했다.
간절히 원하는 게 생기니깐, 한글도 느는구나. 음...
집에서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꼬맹이가 무얼 들고 왔다.
뭐냐고 물었더니,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제목: 무엇을 좋아할까요?
000은 어떤 동물을 좋아할까요?
그런데 00가 생각했어요.
아, 맞다! 000은 강아지를 좋아해요.
제목: 무엇을 좋아할까요? 2탄
엄마는 어떤 동물을 좋아할까요?
엄마는 고양이를 좋아해요.
사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조금 느린 편이라 뭐가 문제일까? 하고 고민이 많았다.
말도 늦게 트이고, 친구랑 잘 어울렸으면 했는데 혼자 노는걸 더 좋아하고, 기저귀도 정말 늦게 뗐었다.
'왜 이렇게 말이 늦지?'
'친구랑은 왜 잘 어울리지 않지?'
'왜 한글을 빨리 익히지 못하지?'
주변에서는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른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며 아이를 바라보니, 괴롭기도 하고 나의 기대만큼 자라지 않는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는 자란다'... 였다.
차곡, 차곡 하루의 일상이 쌓여서, 내 아이의 시간에 맞게, 그 속도에 맞게,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그저 나는 옆에서 엄마의 자리를 지켜주며, 좀 더 여유 있게 따뜻하게 바라봐 주면 되는 것인데, 나는 그 과정을 빨리 건너뛰고 싶어서 조급함이 들었다.
아이가 스스로 만든 작은 책을 보며, 나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다.
역시, 아이는 나의 작은 스승이다.
오늘도 스승님을 잘 모셔야겠다.
문득, 몇 년 전에 내가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던 곡이 생각이 난다.
저렇게 곡을 써놓고 정작 내 아이에게는 박한(?) 엄마였다.
<따뜻한 그 말>
조금 더 빨 리가 라고
조금 더 잘해보라고
바쁜 세상은 나에게 자꾸만 재촉하네
조금 느리면 어떠냐고
때론 실수해도 괜찮다고
나는 따뜻한 그 말이 듣고 싶어요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도 괜찮아
한 걸음 두 걸음 꿈을 향해 조금씩 다가서면 돼
넌 정말 잘할 수 있어
넌 정말 멋진 아이야
나는 따뜻한 그 말이 듣고 싶어요
내 마음을 빛나게 하는
내 걸음을 힘차게 하는
따뜻한 그 말을 내게 들려주세요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도 괜찮아
한 걸음 두 걸음 꿈을 향해 조금씩 다가서면 돼
넌 정말 잘할 수 있어
넌 정말 멋진 아이야
나는 따뜻한 그 말이 듣고 싶어요
내 마음을 빛나게 하는
내 걸음을 힘차게 하는
따뜻한 그 말을 내게 들려주세요
따뜻한 그 말을 내게 들려주세요
오늘, 내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아이만의 속도를 체크하며 기다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