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이 밝히는 인간존재 흔적
〈집, 어디로 3?〉 작가노트
이 작품은 ‘집’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다시 묻는 그림이다.
나는 이곳에서 한 사람의 뒷모습을 그렸지만, 그 인물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밀려난 존재’들의 형상이다.
그는 집으로 향하지만, 집으로 갈 수 없는 존재다.
뒤에 익어가는 보리는 수확을 기다리지만,
그는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을 거둘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다.
시대는 초첨단으로 가지만, 여전히 인력으로 움직이는 리어카는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인간의 자리’를 상징한다.
나는 인물과 리어카를 목탄으로, 배경의 집과 들판은 유화로 그렸다.
유화의 색은 현실의 단단함과 물질의 질서를,
목탄의 선은 불안과 소멸의 경계를 드러낸다.
이 대비 속에서, 인간은 세상의 일부이면서도 늘 주변으로 밀려나 있다.
〈집, 어디로 3?〉은
그 밀려난 존재가 여전히 ‘삶’을 밀고 나아가는 장면이다.
그의 걸음은 버려진 길이 아니라,
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인간의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