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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가 Nov 13. 2017

원래 그런 나라에 살았어



원래 그런 나라에 살았어


기다란 방엔 아침이 느리다. 색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다. 파란색을 집어 들고 눈을 떴다. 어제와 완전히 다른 날이었다. 두 그루의 나무가 있는 공원에 가서 다 자란 나를 확인했다. 이제는 혼자서도 침묵할 수 있는 나이였다.


버스를 타고 조용한 풀밭을 꺼냈다. 숲의 숲으로 가려는 것이다. 별 같은 문양의 카드가 떨어졌다. 가을과 맞닿은, 어떤 것을 집어 들던 불행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몸이 점점 둥글게 말아졌다. 내일을 새로 장만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진 버스정류장에 섰다. 환한 물결이 벽에 닿았다. 흐르는 마음이 달았다.


(2015, 아르헨티나 멘도사)


: 3개월 남미여행 중에서도 충만한 행복을 느꼈던 날이었다. 공원, 시장, 거리, 버스, 축제 등을 차례로 접하며 내 의지대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일상에서 조금씩 불행해질 때, 그 때 그 하루를 온전히 떠올린다. 행복은 내, 선택이란 걸.




박산하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호흡이 짧고 간격이 넓은 글을 쓰고 싶어 시 비슷한 걸 씁니다. 언어를 고르고 마음을 조율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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