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

어머니

by Conan

#ep.1 어머니


늦둥이인 나는 남해의 작은 해변 마을 물건리에서 태어났다

위로 누나가 넷

집에서 태어난 나는 어머니 대신 누나들이 키웠다

늘 비릿한 냄새가 나던 어머니

새벽이면 빈 바구니를 들고나가셨다

어릴 적 기억 속 어머니는 별이 떠있는 하늘을 보고 나가시고

달을 보며 집에 돌아오셨다

아버지는 내가 백일이 되기도 전 바닷일을 하시다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그런 탓에 큰누나는 읍내 작은 병원 간호사로 일찍 일을 시작했고

어머니는 하루벌이를 하며 가정을 건사하셨다

집에는 일곱 살 터울의 막내 누이와 늘 함께였다

서른의 나이에 시집을 갈 때까지 막내 누이는 내게 엄마나 다름없었다

집 마당엔 늘 생선이 널려졌다

인공 방조림이 해풍을 막아준다지만 바다는 늘 매서웠다

어머니는 새벽 고기잡이를 하고 들어오는 어선들의 청소를 해주고

생선들을 얻어오셨다

아침이면 굴 양식장으로 가서 일을 하시고

저녁이면 멸치 선별 작업을 하셨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인 내게

"착한 내 새끼"

라는 말 말고는 말을 걸거나 긴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다

어느 날 해가 뜨기도 전 부산히 움직이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모르게

"엄마 언제 와?"

어머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웃으셨다

여섯 살의 기억이다

이후 난 먼저 어머니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깐 부산의 대학을 다녔다

대학 4년 군대 3년을 외지에서 생활한 것 말고는 다시 물건리에서 지냈다

마을은 점점 조용해졌고 빈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무렵 어머니는 허리가 굽어지기 시작했다

하루도 어머니의 늦잠을 본 적이 없다

아침 봄바람이 좋던 그날따라 피곤하시다며 잠을 청하신다

주무시기 전 내게

"딱한 내 새끼..."

한마디 하시고 눈을 뜨지 않으셨다

지금껏 아비가 없어서 딱하다는 말을 착한 내 새끼로 알고 있었던 나는

어머니의 장례를 마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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