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기사진 ( 여전히 그대로 응답할 수 없는 동네..동내)
한여름 뙤약볕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골목이 있다
비가 오면 잠시 처마 아래로 비를 피하던 골목이 있다
어린아이들의 왁자지껄 뛰어다니는 모습에도 그저 웃음을 짓던 골목이 있다
평상을 만들어 오며 가며 쉬어가는 골목이 있다
추억팔이 하며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짓는 골목이 되었다
부서지고 무너져도 신경 쓰지 않는 골목이 되었다
새로 이사라도 오면 뭐하러 왔느냐고 핀잔을 듣는 골목이 되었다
어린 여대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나가기만 해도 위험한 곳에 뭐하러 몰려다니냐고 걱정하는 골목이 되었다
아현동.
어린 시절 분식집에서 떡볶이며 튀김이며 어묵이며 500원이면 친구들과 간식파티를 하던 추억이 있는 골목동네
골목마다 이웃들과 시끌벅적 이야기꽃 피우던 골목동네
이제는 춥기만 한 동네가 되었다.
젊은 예술가들이 분위기를 바꾸겠노라 노력해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골목동네
새벽녘 골목 어귀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누군가 "야옹아~나비야~" 하고 부르는 소리에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그치고 소리 났던 골목 언저리에서는 와그작와그작 먹이를 먹는 고양이들이 보인다
그저 말 못 하는 고양이들과 그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 차갑지만 작은 따뜻함을 품은 동네가 있다
아현동.
분위기를 바꾸는 것 보다 그저 더 바뀌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