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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람 Dec 09. 2023

Bring Me Love


얼마 되지 않은 습관이지만, 요 며칠 나의 일상을 참숯 불가마만큼이나 훈훈하게 하는 일이 있다. 잠에서 깨자마자, 존 레전드의 ‘Bring Me Love'이라는 노래를 찾아 트는 일인데, 이 노래를 듣고 하루를 시작하면 세상만사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고(잘 풀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 삶 속에는 사랑이 충만한 것만 같은(마찬가지로 사랑이 충만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분이 내내 든다. 제목부터가 무려 '나에게 사랑을 가져다줘’ 이지 않나!


거기에 지구에서 제일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존 레전드가 이 노래를 부른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게임 끝났다. 이 노래는 행복한 노래이고, 끝내주는 노래이고, 정말로 누군가의 하루를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게 만드는 노래다. 의심이 되면 들어보시든지! 꼭 잠이 덜 깬 아침에 듣길 바란다. 완벽한 하루를 상상하며 정신을 차리고, 어깨춤을 추며 양치질을 하게 될 테니. 마치 오늘이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맞다. 이 노래 사실 캐롤이다. 존 레전드의 <A Legendary Christmas>라는 캐롤 앨범의 타이틀곡. 사실 나도 이 노래 표지를 처음 봤을 땐, 기분이 팍 상했다.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존 레전드의 얼굴이 그리 반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 레전드가 능글맞게 웃고 있어서는 아니고, 이제 곧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이 반갑지 않아서였다. 맞다 나는 솔로고, 크리스마스는 한달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크리스마스!”


지금 이 말을 듣고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면, 당신도 솔로라는 증거겠지. 그래서 사실 이 노래 안 들으려고 했다.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먼 나라의 이야기이니, 캐롤도 들을 필요가 없다’ 정도의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 행동이었지만, 잠결에 이 결정을 번복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잠결에 들은 ‘Bring Me Love'는 요 며칠 나의 삶을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게 좋은 노래는 내 품으로 왔지만, 아직 사랑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이건만, 아직 그렇게 슬프지는 않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은, 정말로 사랑이 찾아올 것만 같아서다. 그러나 한달 뒤에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이 노래의 제목부터 가사 그리고 존 레전드의 목소리가 전부 ‘개뻥’이라는 것을 깨닫고, 좌절과 허무로 점철된 이모 음악을 찾고있을 내 미래의 모습이 보인 달까.


그래도 계속 듣는다. 이 노래를 듣는 지금 12월 9일, 벌써부터 크리스마스인 기분이다.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크리스마스. 어쩌면 진짜 크리스마스 날보다 오늘이 더 행복한 날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 알겠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크리스마스 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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