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가족 모임에서 어머니가 내게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있었다. "너는 늘 동생보다 표현이 부족해. 네 마음을 알 수가 없구나."
그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박혀 있었다. 어릴 때부터 동생을 돌보느라 내 감정을 숨기고 살았던 나를,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 어머니의 말은 내 감정을 틀어막는 원인으로 느껴졌고, 나는 내 모습을 바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과거를 탓했다.
돌아보는 시간
어느 날, 친구와의 대화 중 문득 이런 질문을 받았다. “넌 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려고 해? 뭔가 두려워 보여.”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왜일까? 정말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내가 이 상태로 고정된 걸까?’ 곱씹어보니, 어머니의 말이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내 감정 표현을 방해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사실이 보였다. 그것은 내가 그 말을 스스로 진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스스로 감정의 벽 안에 가두게 만든 것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어머니가 던진 한마디가 내 감정을 흔들었던 건 맞지만, 그것을 내 삶의 방향으로 굳힌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 말이 내 전부를 정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오래 걸렸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말을 현재로 끌고 와, 스스로를 희생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
이 깨달음 이후, 나는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때, 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천천히 털어놓아 보기로 한 것이다.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어릴 때부터 동생을 돌보느라 내가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어. 근데 이제는 나도 내 마음을 말해볼게."
어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는 네가 어떤 마음인지 늘 궁금했어. 말해줘서 고마워."
그 순간, 내 안의 오랜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걸 느꼈다.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그래서"의 핑계를 버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본 덕분이었다.
마음의 주인으로 살기
타인의 말과 행동은 바람처럼 내게 닿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바람이 내 삶을 흔드는 파도가 될지, 아니면 스쳐 가는 한 줄기 미풍으로 남을지는 내가 정한다.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내 안에서 오랜 시간 상처로 남아 있었지만, 그것을 내 현재의 발목을 잡는 무게로 남길지, 새로운 관계를 여는 계기로 삼을지는 결국 내 선택이었다.
오늘도 누군가의 말이 내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이 다짐이 내게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