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작은 등불 하나를 품고 산다.
그 등불은 기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빛은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세찬 바람에 쉽게 꺼질 것 같은 연약함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등불을 품는 일이 두렵다.
혹여나 내 손길이 서툴러 등불이 꺼져버리면, 그 어둠 속에서 또다시 길을 잃을까 봐.
그래서일까? 나는 불을 켜기보다 먼저 바람을 막으려 애쓴다.
“괜히 기대했다가 상처받을 바에야 차라리 기대하지 말자.”
이런 말로 나 자신을 설득한다.
긍정적인 기대가 나를 달콤한 꿈속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아도, 그 꿈이 깨어졌을 때의 상처는 더 쓰라리다.
나는 언제부턴가 기대 대신 작은 방패를 들고 걷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방패를 들고 걸을수록 손은 무겁고 발걸음은 느려졌다.
나는 나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 그렇게 사는 게 편안한 걸까?”
기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언가를 기대조차 하지 않고 지나쳐버린 순간들 속에서 더 큰 공허함과 후회가 찾아왔다.
그때 더 설레고, 더 기뻐하며, 더 나를 믿었더라면…
손끝에 닿기 직전의 무언가를 스스로 놓아버렸다는 사실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어느 날, 나는 오래된 창고에서 먼지 쌓인 거울 하나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거울 속에는 나를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그 애는 너무도 작고 연약했지만, 나를 위해 무겁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었다.
“넌 나를 지켜주려고 했구나.”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 방패를 내려놓고 네 손으로 다시 등불을 켜볼래?”
그 후로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씩 말하는 법을 배웠다.
“기대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그리고 내 마음속의 작은 방패를 쓰다듬으며 덧붙인다.
“넌 나를 위해 있었던 거야. 고마워.”
그렇게 다시 등불을 품는 연습을 한다.
물론 바람이 불면 등불은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 불빛이 잠시 깜빡이는 동안에도 나는 그 온기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빛으로 나를 비추고, 내가 걸어갈 길을 찾아낼 것이다.
결국, 기대와 상처는 삶이라는 여행길 위에서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다.
기대를 품는다는 것은 상처를 감수하는 용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손안에서 타오르는 가능성의 불씨를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 불씨가 환하게 빛날 때, 나는 알게 될 것이다.
그동안 내가 두려워했던 건 기대가 아니라, 그 기대 속에서 실패한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는 안다.
흔들리는 등불조차도 내 길을 밝혀준다는 것을.
흐릿하고 작아도 빛은 빛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잘했어, 그리고 고마워. 앞으로도 계속 함께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