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용서하는 과정
아이들은 참 잔인하다. 때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때로는 단순한 장난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어린 시절, 나는 친구들의 눈치를 많이 봤다. 그들의 웃음이 나를 향할까 두려웠고, 나도 그들처럼 웃어야만 속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함께 웃으며 장난을 치는 일도 있었고, 모른 척하며 외면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는 알 수 없는 불편한 감정이 자라났다.
그 감정의 시작이 언제였을까. 아마도 친구들이 내 동생을 놀리던 날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지나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놀림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더 움츠러들었다.
"너희 집엔 바보가 있다며?"
"너도 똑같이 이상한 거 아냐?"
그 말들이 나를 향해 날아들 때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동생을 감싸야 하는 걸까, 아니면 모른 척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야 하는 걸까.
그때 나는 도망치는 쪽을 선택했다.
동생과 거리를 두었고, 친구들이 있을 때 동생이 내 이름을 부르면 모른 척했다. 동생이 내 손을 잡으려 하면, 그 손을 피한 적도 있었다. 동생의 눈빛이 점점 서운함을 머금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끝내 외면했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너무도 두려웠다.
그렇게 해야만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어릴 적과는 달리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생각할 줄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감정은 내 안에 깊이 남아 있었다. ‘죄책감.’
내가 외면했던 동생의 얼굴, 외로움이 가득했던 눈빛,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부르며 다가왔던 그 손길.
나는 어릴 적의 나를 미워했다.
더 용기 내어 동생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던 나를, 부끄러워하며 뒷걸음쳤던 나를, 친구들의 시선이 두려워 피했던 나를.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어렸을 뿐이라는 것을.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도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던, 혼란스럽고 두려웠던 어린 나를 이제는 이해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나,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했던 나를 이제는 안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문득,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생은 단 한 번도 나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내가 외면해도, 밀어내도, 모른 척해도 동생은 언제나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언제나 내 이름을 불렀다.
"누나!"
그 짧은 한마디 속에는 애정과 신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이제서야 그 사랑을 온전히 마주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용서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어린 날의 나를 미워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나 자신을 용서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괜찮아. 너도 어렸잖아."
"그때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의 너는, 동생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잖아."
나는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동생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용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니, 어쩌면 동생에게는 용서라는 개념조차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동생은 한 번도 나를 미워한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이제야 동생이 내민 손을 온전히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손을 잡는 순간,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스스로를 용서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하는 과정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