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늘 해오던 일을 이어가는 것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보는 것도
이상할 만큼 마음이 쉽게 움직여주지 않았다.
겉으로는 바쁘게 사는 척,
매일을 충실히 살아내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자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조금만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도 따라붙었다.
하지만 정작 그 ‘조금만 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쯤인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맘처럼 선명하게 떠오르지도 않았다.
결국, 발걸음보다 먼저
흩어진 마음부터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요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보다는
‘어떻게 나를 지켜야 할까’를 더 자주 묻는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어떤 방향이 나를 덜 지치게 할지를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길도,
더 빠르게 앞서 나가는 길도 아니라는 걸.
조금 느려도 괜찮다.
내 마음을 속이지 않고,
솔직한 나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
방향을 정한다는 건
크고 거창한 결심이 아닐지 모른다.
그저 오늘,
내가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볼지를
조용히 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덜 외로운 쪽으로,
덜 후회할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렇게 마음을 지키는 법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