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에 잠든 가능성을 믿는 일

by 코난의 서재

『한 문장으로 보는 학습코칭』에서는
공부를 대하는 ‘마음의 프레임’을 바꾸는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공부는 혼내서 시키는 일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는 일이니까요.

이번 후속 연재에서는
그 ‘마음’ 위에 올릴 수 있는 공부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속도보다 방향.
성적보다 자발성.

『자발적 공부법 코칭전략』에 담긴 철학과 실제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공부는 결국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라는 관점으로
아이와 부모, 그리고 코치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의 이야기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시작은,
“나는 원래 잘 못해요”라고 말하던 한 아이의 목소리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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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래 이런 거 잘 못해요.”

처음 만난 날, 한 아이가 고개를 숙인 채 그렇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이미 단념이 묻어 있었다. 자신을 평가받기 전에 스스로 단서를 달아 미리 포기하는 마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 앞에 먼저 벽을 세우고 말한다. ‘나는 안 될 거야’, ‘애초에 나는 못해.’ 그 말은 단지 겸손이나 그날의 기분 때문만은 아니다. 반복된 실패와 누적된 비교, 그리고 기대하지 않는 주변의 시선이 만든 방어막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래전 보았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린다. 특히 키팅 선생님이 한 학생, 토드에게 시를 끌어내던 장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말해봐. 바보 같은 말도 괜찮아.” 그 조심스럽고 진심 어린 한마디에, 토드는 마침내 자기 안의 시를 꺼낸다. 그 장면은 내게 ‘교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묻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학습코칭을 하면서 나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기보다, 그 아이가 말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때로는 질문을 통해, 때로는 침묵을 통해, 한 아이가 자신 안에 있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 어느 날은 이런 경험도 있었다. 수학을 포기한 듯 보였던 한 아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석하며 내게 말했다. “선생님, 이건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그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나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너 지금 굉장히 멋진 사고를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게 바로 공부야.” 아이는 말없이 웃었고, 나는 그 미소를 오래 기억했다.

시간이 흐르고 졸업한 제자들이 연락을 준다. “선생님, 예전에 해주셨던 말 기억나요.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지금 들어보니 참 따뜻했어요.” “고등학교 와서 힘들었는데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 덕분에 진짜 포기 안 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오히려 더 겸손해진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들이 생각보다 오래 남아, 어떤 아이의 내면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에 묘한 감동을 느낀다.

아이 안에 가능성은 이미 존재한다. 그걸 누가 먼저 알아봐 주느냐, 누가 먼저 꺼내주느냐, 그리고 누가 끝까지 믿어주느냐가 중요하다. 그 가능성은 말로, 시선으로, 태도로 천천히 피어난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코칭은 마법이 아니다. 하지만 조용히, 단단하게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힘은 분명히 있다. 내가 하는 말 하나, 시선 하나, 기다림 하나가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괜찮았던 어른”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충분히 잘 살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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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코칭은 단지 공부를 가르치는 기술이 아니라, 아이 안에 이미 존재하는 에너지를 건드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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