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사왔다

by 코난의 서재

— 10년치 일본 여행이 전부 복선이었다


우리 가족이 일본을 처음 간 건 10년도 훨씬 전이다.

그때 우리는 교토의 료칸에서 자고,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을 걸었다. 남편은 사진을 찍었고, 아이들은 길가 편의점 음식에 더 신이 났다. 나는 기요미즈데라 돌계단에서 "역시 일본은 정갈하다"는 말을 했다. 아주 보통의, 아주 평범한 관광이었다.

그 이후로 10년 넘게 우리는 꽤 자주 일본에 갔다. 오사카, 후쿠오카, 나가사키, 벳푸. 온천도 들어가 보고, 라멘도 줄 서서 먹고, 이름 모를 골목 거주지도 걸어봤다. 우리는 그걸 여행이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복선이었다.

10년치 복선.


전환점은 내가 기억하기로 아주 사소한 데서 왔다.

무나카타 공연이 끝난 다음 날이었다. 사물놀이 공연 때문에 후쿠오카까지 왔으니, 하루는 그냥 돌아다녀도 되는 날이었다. 일행들은 다자이후 쪽으로 간다 했고, 나는 슬쩍 빠졌다.

"저는 잠깐 다른 데 들를 게요."

어디냐고 아무도 묻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말하기가 애매했다. 내가 가려는 곳은 구루메였다. 후쿠오카에서 신칸센으로 한 정거장, 딱히 관광지도 아니고 유명 맛집도 아닌, 그냥 후쿠오카현의 조용한 소도시. 내가 그곳에 가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거기 북오프가 있었다.


북오프(BOOKOFF)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이곳은 일본의 중고 서적·만화·음반·피규어를 파는 체인점이다. 도쿄 아키하바라의 번쩍이는 피규어 전문점과는 결이 다르다. 형광등 불빛 아래, 약간 먼지 냄새가 나고, 진열이 반듯하지 않고, 가격표가 손으로 붙여져 있다. 누군가 아끼던 물건들이 제 주인을 잃고 조용히 놓여 있는 공간.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북오프에는 아키하바라에 없는 것이 있다.

예상치 못한 것들.

구루메 북오프에 들어선 순간, 나는 일단 피규어 코너로 직행했다. 이제 이게 몸에 배어 있다. 일본 어느 도시를 가도, 발이 먼저 피규어 코너를 찾아낸다. 10년 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때 나는 기요미즈데라 돌계단을 "정갈하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진열대를 천천히 훑었다. 그리고 멈췄다.

미유키 가즈야였다.

다이아몬드 에이스의 그 포수. 포수 마스크를 반쯤 들어올린 채, 특유의 비스듬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가격표를 봤다. 800엔이었다. 어딘가 흠집이라도 있나 싶어 손에 들고 꼼꼼히 봤다. 없었다. 그냥 800엔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오 초를 셌다.

그리고 집어 들었다.


그날 내가 구루메 북오프에서 산 것들을 고백하자면, 미유키 말고도 있었다.

코난이 있었다. 여전히 코난이다. 나의 입덕 게이트이자 영원한 최애. 초등학생 탐정의 몸을 한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을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내가 되어 있다. 그 옆에 린코쿠가 있었다. 겁쟁이 페달의 절대적 존재감. 화면 밖으로 걸어나올 것 같은 기세로 자전거를 몰던 그 남자가, 이곳 구루메에서 800엔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약사의 혼잣말 마오마오 피규어도 있었는데 이건 딸 것이었다. 딸이 마오마오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가격에 그냥 두고 오면 딸이 나중에 뭐라 할 게 분명했다.

북오프 봉투 두 개를 들고 나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10년 전, 우리 가족이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나는 이런 가게 앞을 지나쳤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구루메까지 일부러 찾아왔다.

같은 나라, 완전히 다른 여행.


그날 저녁 숙소에서 전화로 딸에게 마오마오 피규어를 보여줬더니, 딸은 "엄마 어디서 났어?!"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옆에서 내 봉투 안을 들여다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또 남자들 데려왔어?"

"응."

"몇 명?"

"…셋."

남편이 잠시 침묵했다.

"나는?"

나는 그 말의 의미를 한 박자 늦게 파악했다. 나를 핀잔 주는 게 아니라, 본인 것을 묻는 거였다.

"스파이 패밀리 로이드, 다음에 오면 사줄게."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퍽 진지했다. 아, 이 사람도 이미 들어왔구나. 문 안으로. 완전히.


지금 우리 집 선반을 보면 10년이 보인다.

아키하바라에서 온 것도 있고, 구루메 북오프에서 800엔에 온 것도 있고, 오사카 어느 샵에서 딸이 고른 것도 있다. 가격도 다 다르고, 온 경로도 다 다르지만, 한 가지는 같다.

전부 일본에서 왔다.

10년 전, 우리는 일본에서 대나무 숲을 찍었다. 지금 우리는 일본에서 12센티짜리 남자들을 데려온다. 무엇이 바뀐 걸까, 생각해봤는데, 사실 바뀐 건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을 보는 눈이었다. 봐야 할 것이 생겼다는 것. 찾아야 할 것이 생겼다는 것. 두근거리며 들어갈 수 있는 가게가 생겼다는 것.

그건 꽤 큰 차이다.

여행이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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