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길'을 걷는 용기 있는 자들
오래전부터 만년필로 글을 썼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글씨를 쓴다는 것이 힘들고 어색하다.
글씨가 너무 안 써진다.
퇴보다.
요즘 사회에서는 손글씨는 퇴보 행위이다.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를 수십 년 넘게 했는데 퇴보하다니.
안 쓰면 그렇다.
인체의 기능이라서 그렇다.
인체는 정직하다, 안쓰면 퇴보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 기능,
의식주(衣食住)를 행하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외식사업은 꾸준히 발전하고 진화했다.
외형적으론 그렇다.
세상은 온갖 자극적인 양념과 현란한 조리 기술로 번쩍이고,
미식의 세계는 더 넓고 깊어졌다고들 한다.
혀는 갈수록 더 강렬한 자극에만 길들여지고,
식재료 본연의 섬세한 맛은 이제 그림자처럼 희미하다.
단맛,짠맛,신맛,쓴맛에 더해 감칠맛을 다섯가지 맛이라고 한다.
더 달게, 더 짜게, 다 시게, 더 자극적인 맛을 첨부한다.
단맛, 짠맛, 매운맛의 폭력적인 파도에 미각은 무뎌지고,
자극적인 맛에는 반응하고 열광하기도 하지만,
덜 자극적이거나 자극적이지 못한 맛은 '맛 없음'으로 분류되고 평가절하 된다.
'맛 없음'은 무미(無味) 이다.
분명 맛이 없지 않음에도 그렇다.
그런 강렬한 자극의 기억들이
강렬하지 못한 것은 기억해 내지 못하고 무미(無味) 가 되어버렸다.
미식의 발전이라기보다,
어쩌면 인간 미각의 슬픈 퇴행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퇴보 아닐까?
이제 외식산업은 퇴보 아닌 진화의 길을 걷는 이들이 차츰 생겨난다.
자칫 맛없음, 한자로 무미(無味) 하다는 통념을 깨고,
자극 없는 맛에 대한 변주를 만든다.
애써 노력해야만,
닫힌 감각의 문을 열어야만.
비로소 살아나는 맛.
첫술에는 '이게 뭔가?' 싶고,
두 번째에는 '의아함'이 남으며,
세 번째에 가서야 비로소 '아!' 하고 깨달음을 주는 맛을 만든다.
잊고 있던 미각의 잠재력을 흔들어 깨우고,
인체의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회복시키는,
그런 파격적인 경험을 만든다.
이런 노력은
오래된 부류로 부터 배제 당하고,
뒤쳐지는 것에서 당당해야 하고,
자본과 타협하지 않는다.
여의도에 위치한 작은 분식집에서
가능성을 엿본다.
새롭게 내놓은 버섯 페스토 꼬마김밥이 그 것이다.
세 가지 버섯을 프랑스 요리 스타일로 해석해서 간을 거의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향을 음미하고,
두 번째는 그 향과 함께 먹고,
세 번째는 트러플 오일을 떨어뜨려 먹을 수 있는 맛을 설계했다
애써야 느껴지는 맛.
그러나 그런 감각을 되살리는 게, 지금 외식에서 더 귀한 일이 아닐까.
'자극을 넘어선 본질의 맛',
'애써 노력해야 비로소 느껴지는 깊이 있는 맛'
이러한 시도들이야말로 외식산업이 나아가야 할 "퇴보 아닌 진화의 길" 은 아닐까?
어떤 '맛의 진화'를 꿈꾸는가?
그리고,
그러한 '진화의 맛'을 기꺼이 경험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무미의역설 #맛의진화 #감각의회복 #외식의철학 #자극을넘어서 #본질의맛 #깊은맛 #감각의전환 #외식브랜딩 #식재료본연의맛 #자극없는맛 #슬로우푸드 #퇴보와진화 #외식의미래 #감각의감옥 #기억에남는맛 #감정의맛 #버섯김밥 #페스토김밥 #여의도맛집 #마리아분식 #컨셉기획자 #브랜딩기획 #진짜맛이란 #외식사유 #맛의철학 #외식의방향 #감각의여행 #트러플의변주 #미각의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