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포터는 영화다

스니치의 환상

by Concept Varia

수신인: 고된 일상 속, 작지만 소중한 '일주일의 행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대표 문장: “'스니치를 잡아라’는 허구의 메시지지만, 계속 싸우라는 것이 현실의 목소리다.”


편지 도입부: 내가 오래 살았던 일산 마두역 앞, '1등 당첨' 현수막이 걸린 복권 판매점 앞에 긴 줄이 서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줄인가 하고 봤더니, 저마다의 작은 꿈을 사려는 행렬이었습니다. 어쩌면 저 한 장의 종이는 고된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일주일 치의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스니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꿈의 소중함과 현실의 무게에 대해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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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라는 영화나 책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퀴디치 경기의 짜릿함을 기억할 것이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법사들의 경기는 늘 역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 경기에 숨겨진 가장 파격적인 룰은 바로 ‘골든 스니치’다.

작은 황금공, 스니치를 잡는 순간 게임은 즉시 종료되고 그 팀이 승리한다.

그 전에 어떤 점수가 오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흐름과 모든 싸움은 단 한 번의 손끝으로 지워진다.

우리는 이런 구조에 익숙하다.

영웅이 등장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다.

그리고 모든 것은 뒤집히고, 박수가 터진다.


그것은 영화의 서사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 삶에는 스니치가 없다.

그런 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축구에서는 한 골이 전체 게임을 무효화하지 않고,

농구의 3점슛도 전략의 일부일 뿐이며,

격투기의 럭키펀치가 가장 유사한 한 방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펀치를 기다리며 주먹을 휘두르다가는, 위험한 순간을 맞기 십상이다.

럭키펀치는 수천 번의 잽과 반복된 훈련 끝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연이다.

그건 행운이 아니라, 준비된 반복이다.

그래서 삶은 반복이고, 게임은 과정이다.


‘스니치를 잡아라’는 허구의 메시지지만, 계속 싸우라는 것이 현실의 목소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니치를 꿈꾼다.

입시에서, 연애에서, 창업에서, 콘텐츠에서, 단 하나의 이벤트가 모든 것을 바꾸길 바란다.

운명 같은 기회, 누군가의 선택, 복권 당첨 같은 스니치 하나가 어디선가 날아오길 기다린다.


자기계발의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복된 연습과 훈련보다 ‘삶을 바꿔줄 한 권의 책’,

끊임없는 실행보다 ‘인생을 이끌 멘토 한 명’을 원한다.

사람들은 늘 ‘한 문장, 한 순간,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전환시켜주길 바란다.

그러나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많은 다른 문장과의 만남이 필요하고,

그 멘토와 대화하려면 또다른 준비와 만남이 있어야 한다.

가끔 기적은 일어난다.

그러나 그 기적은 언제나, 끝없는 반복에서 일어난다.


가장 극적이고 누구나 바라는 스니치의 실체는 어쩌면 복권일지도 모른다.

아무 노력 없이,

아무 맥락 없이,

모든 걸 바꿔준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것.

하지만 복권에 당첨된다고 해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씻고 움직이는,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해야 한다.

세상은 단 한 번의 변화로 바뀌지 않는다.


사회는 제도이고, 제도는 일상의 반복이다.

그러니 이 세계에는 스니치가 없다.

혹은, 있다 해도 그것은 신화다.

대신 우리는 매일의 루틴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숨을 고르고, 때를 알아야 하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

스니치를 잡으면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스니치를 잡고도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삶이 그렇다.


판타지가 끝난 자리에서 리얼리티는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리얼리티는 반복해서 살아가는 일상일 뿐이다.

설령 버저비터로 극적으로 승리하더라도,

9회말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기적을 만들었더라도,

그 다음 날, 혹은 다음 시즌은 반드시 다시 시작된다.

그렇게 삶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그러니 인생을 한 방으로 바꾸려 애쓰기보다, 매일의 반복 속에서 스스로를 벼려야 한다.

그것은 마치 시지프의 신화처럼,

계속해서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사람처럼.

그 바위가 결코 멈추지 않더라도,

내가 그것을 다시 밀기로 선택하는 한, 나는 이 삶을 선택한 존재다.

삶은 그 반복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조용한 승리를 건넨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스니치일지도 모른다.

끝나지 않는 삶에서, 끝까지 살아내는 태도.

그게 진짜 한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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