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탈을 쓴 선택 장애
수신인: 이직과 잔류, 퇴직과 인생 2막의 갈림길에서, 당신의 고민이 온전히 당신만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이들에게
대표 문장: “무기력은 개인의 책임과 시대의 갈등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태어난다.”
편지 도입부: 분주한 시청 광장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1987년 6월,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던 이 광장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그때 저는 시대의 부름 앞에서 ‘은행원’이라는 안정을 택하며 방관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 선택이 과연 나만의 것이었는지 오래 괴로워했지요. 문득 당신들이 떠오릅니다. '이직'과 '잔류' 사이에서 밤새 고민하는 당신, 평생 걸어온 길 끝에서 '인생 2막'을 두려워하는 당신. 어쩌면 당신의 그 '선택 장애' 또한, 당신의 나약함이 아니라 시대와의 힘겨운 불화일지 모릅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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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무기력의 탈을 쓴 선택 장애이거나 갈등일 수 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중학교 때 그것을 경험한 것 같다.
학교를 결정한 후 찾아온 무기력은,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에서 비롯되었다.
대학이냐 취업이냐를 두고 고민하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확신 없는 선택은 늘 무기력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사실 무기력으로 보이는 선택 장애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심리적 보상을 요구하는 유아적 태도였다.
삶을 책임지지 못하는 나약한 ‘유아적 성인’의 모습이었다.
나를 흔든 것은 가치관의 부재였고,
목표와 목적 없이 부유하는 인생이었고,
주체성을 세우지 못한 나 자신이었다.
그런데 한 발 더 물러서서 보면,
이 방황은 단순히 개인의 실패만은 아니었다.
격동의 80년대 민주화 운동 속에서 나는 방관자의 위치에 서 있었다.
같이 뛰어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조용히 내 길을 가야 하는가.
시대의 격랑과 맞물려 직업 세계의 가치관조차 갖지 못했던 방황의 시간은,
무기력과 선택 장애의 얼굴을 내게 들이대고 있었다.
키에르케고르에 따르면 불안은 자유의 어지럼증이다.
수많은 가능성이 동시에 열리는 순간, 인간은 결정을 망설인다.
오늘날 심리학은 이를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라 부른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신경과학 역시 말한다.
뇌는 예측이 어긋날 가능성이 커질수록 불안을 느끼고 회피적 태도를 보인다.
그러니 무기력과 선택 장애는 단순히 나약함의 산물이 아니다.
개인의 책임과 동시에,
시대와 상황이 함께 빚어낸 집단적 갈등 구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외부로 돌릴 수도 없다.
결국 선택의 무게는 나의 몫이다.
젊은 날을 돌아보며, 쓴 소주잔을 기울였다.
구원은 오지 않았다.
삶은 거창하지 않았다.
살아가는 동안 나름의 해답이 나왔고, 그 해답이 최선이라 위로했다.
그 위로조차 무기력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내 몫을 감당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방황은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였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 에서 말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알을 깨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스스로 힘껏 부딪쳐 깨고 나올 수도 있고,
‘줄탁동시(啐啄同時)’처럼 밖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과거에는 스승과 책이 줄탁동시의 모범사례였다면,
오늘날에는 유튜브, 온라인 강의, 멘토링, 커뮤니티 등 무수한 자원이 우리의 알을 두드린다.
결국 문제는 ‘나’ 다.
손을 내밀고,
배우고,
다시 일어나려는 작은 용기.
그것이 무기력과 선택 장애의 늪을 빠져나오는 길이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라.
방황을 실패로 단정하지 말라.
무기력은 개인의 책임과 시대의 갈등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그것을 지나며 우리는 성장한다.
당신의 알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그리고 당신이 내딛을 첫 번째 발걸음은 무엇인가?
껍질을 깨고 나오라.
당신을 도와줄 방법은 이미 열려 있다.
방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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