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길들이고, 무엇에 길들여지는가

길들인다는 말에 숨은 권력, 관계, 그리고 합일의 여정

by Concept Varia

‘길들인다’는 말은 주로 사람이 동물에게 사용한다.

야생의 본능을 거세하고 인간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는 행위.

거기에는 명백한 수직 관계가 존재한다.

때로는 이 말이 사람에게 향한다.


아랫사람을 길들인다는 표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안에 내포된 통제와 복종의 서늘한 기운을 모두가 감지한다. 동료나 친구, 배우자를 길들이려 하는 이도 있고, 드물게는 상사나 윗사람을 길들이려는 전복적인 시도도 있다. 그래서 그것은 때로 무용담이 되고, 때로는 하극상이라 불린다.


최근 이 단어는 새로운 관계로 나타난다.

바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 소위 ‘손님을 길들이는’ 가게들이 나타났다.

‘손님은 왕’이라던 구시대의 명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오만함으로 비칠지 모르나, 이는 어쩌면 새로운 관계 질서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이름난 식당은 기꺼이 줄을 서는 손님들에게만 자신의 가치를 허락하고, 명품점은 의도적인 기다림을 통해 브랜드의 권위를 길들인다.

이것은 통제라기보다 가게의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을 제시하는 행위에 가깝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말한 ‘길들인다’는 것은 이런 통제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서로에게 시간을 들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어가는, ‘관계 맺음’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길들임 속에서 여우의 언어와 가장 닮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아닌, 인간과 사물의 관계에서 발견된다.


우리는 사물을 길들인다.

칼을 길들여 내 손의 일부처럼 만들고,

만년필을 길들여 내 필각에 맞는 유일한 필기구를 완성한다.

새 구두를 길들여 내 발에 꼭 맞는 편안함을 얻고,

자동차를 길들여 그 육중한 쇳덩이를 내 몸의 감각처럼 다룬다.

이 과정에는 폭력이나 일방적인 명령이 없다.

오직 대상의 성질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에 맞춰 나의 쓰임새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끊임없이 합을 맞춰가는 수평적 교감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것은 복종이 아닌 조화의 단계이며, 나와 사물이 완벽한 합일을 이루어 비로소 ‘유일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여우가 말했던 길들임의 가장 순수한 형태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든다.

과연 우리가 사물을 길들이는 것일까.

혹시 우리는, 사물에 우리 스스로 길들여지기를 택한 것은 아닌가.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길들였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10분마다 울리는 알림의 노예가 된다.

그 작은 기계가 정해놓은 리듬에 우리의 하루를 자발적으로 복종시킨다.

최고급 자동차의 주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차에 흠집이 날까 노심초사하며 행동반경을 제약당하고,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기꺼이 감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주체와 객체의 전복.

가장 순수해 보였던 수평적 길들임이야말로, 가장 교묘하고 강력한 역(逆)길들이기일 수 있다는 역설이다.


결국 길들이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관철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수정하며 조정하는 반복적 과정이다.

이 지난한 과정의 결과는 관계의 성격이 결정한다.


이 과정이 수직적일 때,

그것은 폭력과 일방성의 관계로 귀결된다.

한쪽의 의지가 다른 쪽의 고유성을 억누르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길들임이다.


이 과정이 사회적일 때,

그것은 협조와 거부의 관계로 나타난다.

서로의 필요와 규칙 사이에서 밀고 당기며, 타협점을 찾아가는 끊임없는 협상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수평적일 때,

비로소 그것은 완전한 합일과 만족의 단계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성의 관계로 나아간다.

나와 네가, 혹은 나와 사물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마침내 하나가 되는 가장 이상적인 길들임이다.


다만 우리는 그 완전한 합일의 과정에서조차,

내가 상대를 길들이는 것인지 혹은 상대에게 기꺼이 길들여지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성찰해야만 한다.


우리는 무엇을 길들이고, 또 무엇에 길들여지며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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