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과 음식, 그리고 선순환의 존재론

사물과 인간이 서로를 빚어내는 일에 대하여

by Concept Varia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은 선순환이 될 수 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 사이의 관계든.

누군가는 만년필을 만들었다.

나는 그 만년필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변한다.

내가 만들어지고, 동시에 내가 쓰는 글이 나를 다시 만든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본다면, 그리고 공감한다면 나와 같은 누군가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가, 또다시 만년필을 만든다.

도구와 인간, 창조와 창조가 서로를 빚어내는 원의 구조.

만년필은 더 이상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 나와 세계를 잇는 매개체다.

음식 또한 그렇다.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먹는다.

음식은 단순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세포가 되고, 그의 신체를 구성한다.

생물학적으로 타자의 일부가 되는 순간, 나와 그는 이미 단절된 두 존재가 아니다.

그가 다시 만들어낸 그 무엇 — 영화든, 옷이든, 음악이든 — 은 나에게 돌아온다.

그의 손에서 나온 산물이 다시 나를 움직인다.

먹는 행위는 소비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의 씨앗이다.

이것이 선순환이다.

만년필에서 글이 나오고, 글에서 내가 다시 태어난다.

음식이 몸이 되고, 몸이 또 다른 창조물을 낳는다.

나와 타자, 인간과 사물은 이 고리 안에서 서로를 빚고 빚긴다.

우리는 각자의 섬이 아니라,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순환의 고리다.

그러나 이 순환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똑같은 만년필로도 누군가는 하찮은 서류만을 기록하고,

누군가는 영혼의 흔적을 남긴다.

같은 음식을 먹고도 누군가는 배만 채우고, 누군가는 의미를 삼킨다.

선순환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사물을 다루는 방식, 타자와의 관계를 맺는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쓰는 글은 나를 만든다.

내가 만드는 음식은 타자를 만든다.

그리고 타자가 만들어낸 그 무엇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이 순환 속에서 우리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에게 건너가는 존재임을 확인한다.

결국 나와 타자를 묶는 끈은 소비가 아니라 창조, 끝남이 아니라 이어짐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만년필은 글을 쓰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만들어내는 또 다른 나다.

음식은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엮는 생명의 언어다.

그리고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서로의 순환 속에서만 완성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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