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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치 Feb 12. 2018

마케팅 하지 않는 마케터

이무신 지음 / 라온북 / 2018.01.18 초판 발행

2014년 겨울, 나는 학교에서 ‘협상론’을 듣고 있었다. ‘협상론’은 경영학과 전공 과목의 일부로 갈등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을 논리적으로 규명하는 학문이다. 그 당시 강의 교수님께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며 앞으로도 몇 십 년간은 기계가 인간의 바둑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2016년 3월, 알파고(AlphaGo)가 4:1로 인간계 최강 이세돌을 꺾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불과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학습된 패턴이라며 “고수들의 기보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았을까?"하고 인공지능을 평가절하했던 기억이 난다.


<출처> https://dentsu-ho.com/articles/5161

그동안 미국에서는 챗봇 테이(Tay)가 인종 차별 발언을 하기 시작했으며 일본에서는 인공지능 아이코(AI-Copy Writer)가 카피 라이팅을 만들어 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선입견이나 감정처럼 패턴이 아닌 인간의 고유 영역마저 딥 러닝(Deep Learning)에 의해 정복당하고 있는 것이다. 취준생의 없는 밥그릇도 로봇에게 뺏길지 모른다는 생각. 여기서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지금은 마케팅은 ‘팬덤 관리'라는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지만, 마케팅을 처음 접한 시절 학교에서는 마케팅을 '가치의 교환'이라고 가르쳤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던 2010년 미국 마케팅협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가 내리는 정의는 아래와 같았고 교환이라기보다 주주 가치의 극대화와 일방적 가치 전달에 가까웠다.


Marketing is an organizational function and set of processes for creating, communicating, and delivering value to customers and for managing customer relationships in ways that benefit the organization and its stakeholders


‘페이스북'보다는 ‘싸이월드’가 인기 있던 시대였고, ‘카카오톡' 대신 ‘네이트온'을 쓰던 시절이라 학교에선 매스 미디어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가르쳤다. 조직 차원에서의 통합된 마케팅 전략을(IMC)를 말하지만 경쟁사보다 탁월하게 낫거나 다른 점(USP)이 정답이던 시절이었고 마케팅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그중에서도 광고를 의미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전공이 아니다 보니 전통 매체(ATL)에 대한 이해나 그 외의 매체(BTL)에 대한 이해는 전공자보다 떨어지게 됐고 알게 모르게 이전 시대의 방법을 고집하다 장기간의 취업 준비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자 조금씩 주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며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교한 타겟팅과 그에 따른 성과 측정이 가능해지며 많은 기업들이 광고 수익률(ROAS)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세션(Session)과 이탈률(Bounce or Exit Rate), 전환율(Conversion Rate)과 같은 용어들이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한 인지 없이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되었다. 게다가 구매와는 별개로 브랜드의 옹호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브랜드 인지도 같은 레퍼런스보다 일면식도 없는 커뮤니티 속 누군가의 의견을 참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커뮤니티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에 유행어가 등장하는데 몇 달 그리고 몇 주가 걸렸다면 이제는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쿠키를 활용하여 개인화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개인화된 광고에 혐오를 느끼기 시작했다. 애드블록이나 Safari 11에 탑재 여부로 논란이 된 서드파티 쿠키 차단 기능이 이를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소비자들은 똑똑해졌지만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 보다 훨씬 더 게을러지게 되었다.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찾는 것이 하나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훌륭한 콘텐츠도 알맞게 노출되지 않는다면 인식될 기회조차 잃게 된다. 그래서 검색 최적화와 콘텐츠 마케팅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출처> http://www.yes24.com/24/goods/58157843


그래서 마케터들에게 전략적 사고와 별개로 데이터 분석 능력과 디자인 능력 그리고 코딩 능력을 요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아직도 막막하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도 변하고, 사회도 변하고, 소비자도 변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대체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케터가 마케팅을 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정확히는 시대가 흐름에 따라 마케팅의 역할과 정의가 바뀌고 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책이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 표지가 너무 눈에 잘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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