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제3의 공간(The 3rd Place)
다시 서점이 필요한 시대, 진정한 제3의 공간
[도쿄 tsutaya 서점]
사업시작 20년을 자축하면서 그저 한번쯤 치기 어린 시도로 여겼던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이 바야흐로 뉴욕 맨하튼에 7번째 서점을 내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 들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많은 오프라인 서점들을 문닫게 했던 온라인 서점이 굳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이런 실험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꿈의 주가라는 주당 1,000달러를 돌파하는 것을 보면 시장에서도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 동안의 온라인 사업에서 축적된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그대로 제시하는데 가령 책 표지가 보이는 진열방식(이것은 정말 아마존사이트의 썸네일과 비슷하다)이나 아마존 고객이 매긴 평점이 보여지고, ‘이 책이 좋다면 어쩌면 이런 책도 좋아할 겁니다’라는 추천 프로그램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고객 라이프 접점을 넓히면서 020전략의 일환으로서 그리고 일관된 고객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한다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
온라인 서점들은 전통의 빅3 오프라인 서점 중 이제 교보문고만을 남겨두고 나머지인 영풍문고와 서울문고를 큰 폭으로 제쳤다. 솔직히 교보문고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사실이 생경할 지경이다. 이런 중에 우리 일상에서 다른 형태의 서점들이 늘어가고 있는 건 한번쯤 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달에 열렸던 2017 국제서울도서전에서 폭 넓은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단연 ‘서점의 시대’가 아닐까. 디자인, 사진, 음악 등으로 특화된 전문 독립서점 20곳이 참여하면서 최근의 독립 서점 열풍을 체감시켰다. 아마존과 독립서점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서점들이 무형의 온라인 공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으로 거침없이 뛰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재조명된 것은 일본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CC)이 심도 깊게 기획한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츠타야 서점과 T-Site에서가 아닐까 한다. 오프라인 서점의 미래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대부분의 견해를 관점과 기획으로 극복해 지금은 1,400여개의 매장과 5천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보유하며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 받으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규정하였다.
[도쿄 tsutaya 서점]
얼마 전 늘 마음이 가는 선배님을 하필이면 그 북적거리는 선릉에서 뵙게 되었다. 왜 하필이냐 하면 안그래도 힐링이 필요하신 분을 시끄럽고 복잡한 동네에서 뵙자고 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만나서 주저 없이 같이 가자고 한 곳이 근처의 ‘최인아책방’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책이 촉매가 되어 다른 생각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들에 집중해 볼 수 있기에 들른 것이다. 그 곳에서 제시하는 많은 관점들을 마치 귓속말로 들는 것 처럼 즐겁고 그래서 내게는 유쾌한 수다와 재잘거림이 가득한 공간이 최인아책방이다.
[최인아 책방]
빠르게 돌아가고 바쁜 일상을 강요 받는 우리들에게는 커피샵말고 진정한 제3의 공간(the 3rd place)으로서 서점이 그 역할을 한다. 숨돌릴 틈 없이 지나가는 일상도 서점에서는 멈춤의 시간이 지배하게 된다. 멈춘다는 건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으로 자신에 충실할 수 있다. 그것이 곧 치유인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세번째 공간으로서 그리고 치유받는 역할을 하는 공간인 서점은 많은 생각들이 탄생하는 스토리텔링 팩토리이기도 하다. 지금 하나 둘씩 생겨나는 독립서점들은 모두 각자의 생각들을 들려주기 위해 우리 옆에 생겨나고 있다.
지난 주말에 더 재밌는 얘기를 들려줄 것 같은 책방들을 찾아 제주에 들렀다. 우리나라의 가장 남단에서 독립서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서귀포 라바북스와 종달리 소심한 책방이 그곳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지역의 커뮤니티 중심이 되고 관광객들에겐 깊은 영감과 치유를 주는 역할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소심한 책방]
몰입, 소통, 치유의 공간으로서 서점의 역할이 점점 커져갈 것이기에 우리 일상에서 서점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 이를 간파한 기업들은 자신의 공간을 목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그리고 좀 더 오래 체류하게 하는 역할로서 서점을 활용하지 않을까(가령 최근에 오픈한 스타필드 코엑스 ‘별마당도서관’)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일상에서 제3의 공간으로 서점이 많이 생겨나는 건 환영할 일이다.
책을 사고 파는 관점에서 책과 그 공간이 주는 본질(몰입,소통,치유)로의 전환이 사라져 없어질 뻔한 우리의 오프라인 서점을 독립서점으로, 동네책방으로 다시금 살아 움직이게 했다.그만큼 우리 삶이 윤택하게 채워지는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