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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택 Nov 23. 2019

이렇게 해서는 투자가 안됩니다

본인 사업도 잘 모르는 대표님들...

이렇게 해서는 투자가 안됩니다

최근 한 2~3개월간 투자 관련으로 많은 미팅을 다녔다. 필자가 직접 투자사를 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를 하시는 분이 계시고, VC들도 연결되어 있어서 투자 관련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분들 중에 좀 황당하고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분들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유사한 경우가 종종 보이기 때문에 투자받기를 원하시는 대표님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도대체 1년 동안 5억을 어떻게 쓴 걸까?


우연히 만나게 된 대표님. 제조분야에서 일을 하시다가 나와서 애견 관련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분이셨다. 커다란 사무실에 단 두 명이 있으셨고, 나이도 지긋하셨다. 투자 및 기술보증기금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논의를 하고, 3개월간의 컨설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달여간 회사를 점검해보니 발견된 문제들... 두둥!


1. 월세를 무려 550만 원씩 내는 중! 무지막지한 고정비

사무실에 단 2명이 있는데 사무실 임대비용을 무려 550만 원씩 내고 있었다. 사실, 사업을 하다 보면 알겠지만 고정비가 가장 무섭다. 이걸 줄이는 것이 언제나 관건이다. 그런데 아직 매출도 없으면서 이렇게까지 고정비를 크게 잡고 있으면 누가 봐도 망하는 지름길이다.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고정비를 줄이는 것은 필수다. 이건 법인자금이 10억 20억 하는 회사도 회계상에서 언제나 체크되는 게 고정비 부분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진행도 안 한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고정비를 지출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대표와 부대표에게 법인에서 급여를 주는 부분까지 체크하면 최소한 한 달에 1500~2000만 원의 고정비가 발생한다는 것. 머리가 지끈거리는 상황이었다. 


2. 개발에만 치중. 디자인에 1억. 홍보비도 수천

시제품 개발에만 치중하다 보니 자본금 잠식은 당연한 것. 그런데 한 가지 더 황당한 점. 프로토타입 디자인에만 거의 1억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양산에 들어가게 되면 디자인 수정이 불가피한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디자인 비용을 넣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술이 추가되거나 금형제작 시 불가능한 부분이 생기면 디자인을 다시 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브랜딩(브랜드 마케팅)은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진행 하지만, 판매를 하기 위한 영상제작이나 브로셔 등은 양산 직전에 진행해도 되는 부분인데 이미 수천만 원을 쓴 상황. 영상의 퀄리티로 봤을 때는 최소 2000만 원이었다. 브로셔 역시 마찬가지...


3. 투자받기 위한 자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제조단가, 공급가, 생산 방안, 연간 생산량, 초도 생산에 대한 비용 등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 이런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대표랑 부대표 모두 본 내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알고도 말을 안 한 것인지, 아예 안 알아본 것인지...) 차라리 한 1000만 원을 써서 한 50~100장짜리 투자제안서를 심도 있게 만드는 게 더 도움이 되었을 터인데, 그런 내용이 없으니 투자처에서 오더라도 간만 살짝 보고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5억이 1년 좀 지나자 사라졌다. 


꼬장꼬장함. 내 비위에 맞는 것만 듣는다


그래도 필자가 액셀러레이팅 하는 분이니만큼 네트워크도 놓아드렸다. 투자 검토를 하시는 분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눴고, 진행 방안에 대해서 첨언도 해드렸다. 


하지만 부대표의 막무가내식 이야기들. 그 특유의 꼬장꼬장함이 나왔고, 나중에 투자 검토하시는 분이 말하시길 "부대표님이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는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투자는 아이템만큼이나 사람이 중요하다. 오죽하면 아이템이 고만고만할지라도 투자받고자 하는 대표의 확신, 믿음, 신뢰 등으로 투자가 일어나겠는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받으려고만 하는 욕심. 그것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스타트업의 문제점. '담당자'가 없다


대표와 부대표. 두 사람이 만든 기업이라면 그 두 사람이 담당자가 되어야 정상이다. 제조방안, 투자, 비용처리, 전반적인 사업의 설계뿐만 아니라, 제조단가, 원가 절감 방안, 시장 진입 전략, 가격 저항선 등 거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담당'자이다. 


그런데, 특히 시니어 창업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문제 중에 하나가 이런 담당자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 업체에 갈 때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단 한 달 만에 필자가 더 많이 알정도가 된다면... 이것은 사업 자체에 대한 마인드가 결여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본인 사업의 담당자는 본인이다. 그게 아니라면 반드시 능력 있는 '담당자'를 만들어야 한다. 


제발 페이퍼로 이야기하자


처음 갔을 때 필자에게 자체에서 만든 투자제안서를 줬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투자제안서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내용들. 그래서 당장 투자제안서를 만들자고 해서 만들었으며, 시장조사, 진입 전략 등도 세워드렸다. 


MOU 맺은 제조 공장과의 협약서도 준비해야 하고, 각종 서류 등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왜 서류를 이렇게 안 만들어놨는지...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말을 해도 왜 이렇게 뒷전인 건지... 신용보증기금의 사업계획서도 부랴부랴 제작해서 드렸건만... 잘 읽고 가라고 신신당부했건만... 결국 본인이 몰라서 실패.



결국, 이 업체는 3개월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개월 진행 후, 일방적인 계약 파기. 나머지 잔금은 돈이 없다며 못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 주위에 변호사와 소송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무슨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 일 같지만, 생각보다 이런 업체가 많다. 특히,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 퇴직금으로 사업하시려는 분들은 대다수가 이렇게 무너진다. 투자는커녕 자기 자본잠식으로 폐업하고 빚을 지는 경우가 이렇게 진행된다. 


필자도 사업하다가 망하고, 신용회복의 길을 걷는 중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망하는 루트'를 잘 알고 있고, 이에 따라서 리스크를 제거해드리고자 액셀러레이팅을 한다. 


만일 투자받고자 한다면 반드시 무료 컨설팅이라도 받고 진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면 전문가에게 돈을 조금이라도 주고 '안 망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길 바란다. 등한시하다가는 정말 크게 망한다. 


그리고 투자를 받고자 하는 분이라면 좀 더 자기 사업을 잘 알고, 면밀히 페이퍼와 시키길 바란다.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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