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아직 내 인생은 알 수가 없다.

by 희망열차


새해 들어 소속회사가 바뀌고 나니

우선 근무복이 바뀌었다.

회사만 바뀌고 같은 장소와 시간,

동일한 근무 방식으로 일을 하니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연초부터 영하 10도를 웃도는

추위가 사나흘 간격으로 반복되어

그야말로 현장은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차디찬 공기의 유입으로 주 야간의

교대근무는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혹독한 시간이 흐르고 나니

어느덧 바깥세상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날씨는 꾸준히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면서

실내로 유입되던 바깥바람도 봄햇살에 데워진

훈풍 같은 살가움을 느낄 수 있다.


24시간 유입되는 근로자들의 복장도

조금씩 허물을 벗 듯 가벼워지고

그들의 표정과 걸음걸이에서도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난 한 해도 물류센터의 보안업무는

근로자들과의 신뢰 관계 속에서

나의 업무를 판단할 수 있었다.


올해도 벌써 한 분기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근로자들의 대부분이 일급을 받는 일용직이다.

하지만 나름 사연들이 있을 터, 정규직 못지않은

꾸준함은 그들의 일상이라고 해야겠다.


휴일도 거른 채 출근하는 그들과는

어느덧 낯이 익어 서로의 근황을 물어볼

정도로 친분이 생기기도 한다.

그만큼 근로자들과의 관계는 신뢰의

연속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가까이서 접하다 보면

나 역시 그들이 나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늘도 그들이 출근하는 포스트에서

검색업무를 준비 중이다.


낯선 검색업무를 처음 경험했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검색 대상인 근로자를

바라보는 눈빛과 마음은 훨씬 유연해졌다.

시간이 흐르며 경험이 쌓이고 그들의 업무를 가까이에서

접하다 보니 검색의 요령과 융통성이 생겨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정년 이후 보안업무와 인연을 맺어 온 세월.

내 나이도 6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자신의 의욕만으로 일을

계속할 수 없는 것이 시대의 현실이다.


물론 아직도 건강하다.

일을 하면서 얻는 경험과 지혜는

또 다른 보너스다.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나에게 지나간 어떤 과거도 무의미하게

지나간 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미래도 숨을 쉬는 동안은

희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아직 내 인생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