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돌이켜보니 시설경비직이라는 특수한 직업으로
3조 2교대 근무를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입사하는 마음가짐,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각오를 갖추는 건,
지극히 평범한 얘기가 되었다.
입사 초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지난 세월만큼
업무 경험이 쌓인 것이겠지만 반면에 숙련도가 올라 간만큼
바람직하지 않은 요령이 자라난 것도 사실이다.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물류센터의 특성상 시설경비 업무는
늘 같은 패턴으로 돌아간다.
반복되는 일상,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근로자들을 검색하고,
그들과 교감하며 보낸 세월이 어느덧 한 해의 다이어리를 꽉 채우고
또 한 해를 맞았다.
그러나 직무를 둘러싼 노동환경만큼은 변한 것이 없다.
지난해 연말, 물류센터의 시설경비업무 입찰이 있었다.
현 업체가 탈락하고 새로운 업체가 자격을 취득하고 나니
대원들의 고용승계가 이슈로 떠 올랐다.
인수 업체가 바뀐 현실 속에서 고용승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인지를 두고 확실치 않은 내용만이 무성하여
대원들의 일상은 한겨울 바람에 떠는 마지막 잎새 같은 모양새였다.
그러던 중 개별 면담일자가 잡히고 인수업체의
인사담당자와 짧은 면담을 갖게 되었다.
내용인 즉 전원 고용승계는 어렵고 일부 대원이 계약해지가
되는 상황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면담을 마친 대원들은 다음날 출근하기까지 초조한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결국, 야간근무를 앞두고 출근준비를 하고 있던 중
조원 6명 중 1명이 담당자로부터 계약해지의 내용을 전달받았다.
각조별로 1명씩 3명이 승계되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원의 고용승계 절차가 마무리되고
근로계약서 작성과 입사준비에 필요한 몇 가지 서류들을
제출하면서 새로운 업체의 인수 준비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주간근무로 시작된 새해 첫날,
어수선했던 지난 연말의 업무 분위기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단지, 다른 대원들과 더불어 고용 승계가 된 나는
운이 좋았지만 대신 촉탁직 근로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면서도 촉탁, 촉탁, 마치 아날로그
시계의 초침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는 듯 6개월이라는 시간을
설정해 두고 그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임시근로자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이미 스톱워치와 함께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촉탁이든 계약직이든 내가 살아온 삶만큼의 불편한
고용의 잣대가 나를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래도 불안정한 고용환경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오늘을, 그 하루를 이 순간까지 지켜 내왔던 것처럼
살아냈다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가치를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살바드로 달리의 시계처럼 시들어가는 시간이 아니고
조금씩 깊어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6개월이라는 촉탁의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더 깊은 삶의 여백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나는 오늘,
스스로를 위로할 것이다.
나의 금쪽같은 하루를
지켜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