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 인생은 알 수가 없다
어느덧 물류센터 보안대원의 삶을 산지도
1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일의 연속이지만
사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지나온 한 해가 너무도 값지다.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견디며 물류센터
보안업무를 주야 교대로 한다는 것은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한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올해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무더위와 잦은 비.
그로 인한 고온 다습한 현장 상황은 근로자들을
쉬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 출입하는 근로자들의
표정은 대부분 아침부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상대적으로 보안대원들 역시 잔뜩 굳어 있는 근로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마주하다 보면 금세 컨디션이 망가진다.
하지만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그들에게 기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잘 지켜 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의 시작과 함께 수십 명의 인원들이 들어오고 나갈 때
상대하기 까다로운 근로자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1년이라는 시간, 보안업무를 하다 보니 숙련이 되고 요령도
생겼지만 무표정, 무반응의 근로자를 검색하기가 가장 곤란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표정과 인상만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고 그런 판단 자체는 일을 떠나서도
내 인생의 작은 오점이 될 수도 있다.
포스트에서 근무하다 보면 요즘 같은 날씨에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짜증을 내거나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 당시의 선입견이 한낱 물거품이었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오히려 더 진지하고 밝은 표정의 반전에
나에게 내재되어 있던 그간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근로자들이 퇴근으로 빠져나간 현장이 휑하다.
방금 전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들의 잔상이 떠 돌고
컨베이어 라인의 로울러만이 돌아가며 소음을 내고 있다.
포스트를 지키던 나는 혼자되었다.
하루의 긴장이 풀리는 시간
포스트 뒤의 창밖으로 세찬 비가 내리고 있다.
하루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