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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빛 Aug 31. 2022

찾을 수 없는 그곳 그 기억

같은 공간 다른 시간... 그리고 다른 공간

이십여 년 전 그곳

신혼의 단 꿈을 꾸며 거닐던 대구 평리동 어느 골목

여름엔 따뜻하고 겨울엔 시원한

사글세 이층 단칸방

주변 도로에 더 많아진 차들과 더 높아진 건물들

즐겨 찾던 음식점 대신 들어선 패스트푸드

스타크래프트로 주말 밤을 불태우던 피씨방도

기억의 단편으로 스쳐갈 뿐

이젠 내 몸 담을 곳이 여긴 없네


삼십여 년 전 그곳

이제 막 어른이 되어 맘껏 누리는 자유와

사회에 대한 고뇌와

인간 근원에 대한 의문이

학문을 향한 열정을 뛰어넘던 그때 그곳

다시 찾은 음대 건물엔 담쟁이덩굴 여전한데

나를 맞는 노천강당의 함성은 과거의 그것일 뿐

이젠 내가 자리할 곳이 여긴 없네


사십여 년 전 그곳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 골목

함께 오르던 나지막한 뒷동산

마음속 바다 충주 호암지

다시 찾은 골목은 사라지고

구슬치기 흔적 위엔 아스팔트 포장도로

고층 아파트가 되어 버린 집 앞 미덕 중학교

십 년 세월 삼거리 부민 약국 그대로인데

이젠 내가 뛰어놀 곳이 여긴 없네


사라진 시공간 속 반가운 추억

그 속에 함께 하는 허전함 그리고 현실 자각

공간은 그곳이나 시간은 그때가 아님이니

추억하는 것은 과거 시간 속의 과거 공간일 뿐

동일하지 않은 시공간 속에서

지난 것을 찾아 헤매니

찾을 것 대신

찾을 수 없는 것을 찾아낸다


이젠 내 마음 맡길 시간이

이젠 내 몸 놓을 공간이 여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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