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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빛 Sep 02. 2022

아들 녀석이 다녀갔다

여수 파견 숙소에 다녀간 아들내미의 흔적

바람처럼 온 것은 아니지만

배낭과 여행가방과 낚시가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들뜬 얼굴 가득한

아들 녀석이 다녀갔다


여수 백야도 백야대교를 시작으로

하멜등대와 돌산도 방죽포를 섭렵하고

국동항 수변공원과 성두 방파제를 마지막으로

보리멸, 망상어,  참돔, 장어와

제법 커다란 게를 낚는 조과를 남긴 채

오월에 벌써 한 여름을 보낸 얼굴로

아들 녀석이 다녀갔다


여수 백야도 백야대교 아래

낚싯대의 미세한 움직임과 긴장감

순간 휘어드는 낚싯대를 낚아채는 재빠른 손놀림

매달려 올라온 물고기에 환한 얼굴

허탕질 계속될 때 실망 가득한 표정

 

밥 먹어라

선크림 발라라

쉬어가며 해라

잔소리에 잔소리를 입에 달고 지낸 팔박 구일을

시간의 과거에 새기고는

아들 녀석이 다녀갔다


여수 밤바다로 유명한 하멜등대 옆 방파제

단칸 숙소 방안 구석에

비릿한 바다 냄새를 남겨두고

여수 백야도 최남단에서

돌산도 최남단까지

녀석의 체취를 혀둔 채

시원한 파도와 남녘 바다를 기차에 가득 싣고

아들 녀석이 다녀갔다

 

언제 왔었냐는 듯 허전하고 적막한

홀로 남은 시간

홀로 남겨진 공간에


여수 돌산도 최남단 성두 방파제

/* 2019년 5월 여수 파견지 숙소에 다녀간, 

낚시광 아들 녀석의 흔적이 허전해지던 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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