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콘서트 제작자가 본 나훈아 콘서트, 2부 사랑
이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음을 밝힌다.
이제부터는 잡설 없이 대한민국 어게인 2부, '사랑'의 리뷰를 이어가 보겠다.
-intro performance
분명히 두 번째 키워드는 사랑이었는데... 우리의 종잡을 수 없는 콘서트는 첫 장면으로 허공에 매달린 천사를 보여주었다. 5명의 배우를 무대 상부에 매달아 놓고 번개 효과를 AR로 입혔다. 카메라를 아래로 비추니 천둥소리와 함께 리프트에서 나훈아 등장! 그 앞으로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남자 댄서 4명이 등장한다.(안무가가 군조더라. 슈스케에 나왔던 울라라 세션의 그 군조가 맞다.) 열심히 춤추는 댄서들을 팔짱을 낀 채 지긋이 바라보는 우리의 나훈아. 위에선 분수 불꽃이 떨어지고 무대에선 보라색 레이저가 객석 쪽을 비춘다.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재의 나훈아 콘서트는 절대 '이쯤 하면'에서 멈추지 않는다. 다음 노래로 이어지겠거니 하는 순간 또 한 번 특별한 연출이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대망의 날개 퍼포먼스!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사람들이 GIF 혹은 캡처 사진으로 공유를 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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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가 왼팔을 뻗으면 왼쪽 날개가, 오른팔을 뻗으면 오른쪽 날개가, 양팔을 뻗으면 양쪽 날개가 펴진다. 양 날개를 가진 천사와 악마 사이의 어떤 존재 나훈아, 음악이 고조되며 천상계에서, 지상으로 내려온다(LITFT DOWN)
-SONG #9 아담과 이브처럼
천둥과 번개, 웅장한 음악, 브레이크 댄스 퍼포먼스가 최고조에 이른 그때, 노래가 시작된다. 여기서 크게 놀랐다. 인트로 퍼포먼스와 가창하는 곡의 분위기와 연출이 너어어어어어어무 달라서. 분명히 인트로에서는 마왕(?) 나훈아를 보여주었는데 노래가 시작되니 동물의 왕국스러운 아주 밝은 뒷배경과 함께 빨간색, 파란색 옷을 입은 댄서들이 등장해 현대무용 스타일의 안무를 추기 시작했다. 글쎄, 인트로 퍼포먼스와 첫곡을 180도 다른 느낌으로 갈 필요가 있었을까. 마왕(?) 나훈아도 충분히 멋있었는데 조금 더 보여줘도 되었을텐데. 이 질문은 노래 말미에 브레이크댄스를 추었던 군조가 등장해 영어로 랩을 할 때에도 똑같이 나왔다. 분명 배경은 동물의 왕국인데, 인트로 퍼포먼스에서 보여준 악마 의상 그대로 입고 나와서 랩을 한다(?) 아쉬웠다.
-SONG #10 사랑
가볍고 귀염귀염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노래. 인트로를 하프 연주와 함께 시작했다. 하트에서 나오는 하트무늬 파티클이 귀여웠다. 뒷배경은 동화적인 보랏빛 밤하늘과 구름, 은하수를 제작했고 무대 바닥엔 *LSG를 깔았다. 이런 그림은 뭘 해도 반쯤은 먹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올타임 히트곡을 안정적으로 연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LSG : LOW SMOKE GENERATOR, CO2와 포그 용액을 섞어 무대 바닥에 깔리는 연기 효과를 내는 장비
-SONG #11 무시로
원곡에서는 강렬한 브라스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인데 클래식 기타 중심으로 편곡했다. 배경으로는 빛나는 흰나비가 날아다녔다.
-SONG #12 울긴 왜울어
본격 가요무대ST 무대, 신나는 노래이다보니 LED를 관객들 얼굴로 채웠다.
-탈의 퍼포먼스
아...또하나의 명장면이었다. 무대 위에 분장실을 차린 나훈아. 바지를 갈아입고(논란을 의식해서였을까, 하의를 갈아입는 장면은 편집했다. 사실 뭐 오래 보여줄 필요도 없지) 입고 있던 상의를 벗고 맨몸에 핑크색 자켓을 걸쳤다. 맨몸에 자켓을 입는 것은 송민호보다 나훈아가 먼저였을 수도 있겠다. 이 장면에서 여러 도시에서 지켜보는 관객들의 리액션을 추가해서 더 예능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았다. 이어지는 곡이 낯설 수 있는 신곡이라는 점에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SONG #13 (신곡)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신곡인만큼 1절은 미니멀하게 음악과 조명으로만 연출했다. 1절이 끝나자 댄서들이 여러 직업의 복장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배경은 작은 동네, 전체적으로 뮤지컬 무대의 느낌을 내려고 한 듯하다. 마지막에 댄서들이 하트 모양 야광봉을 꺼내서 나훈아를 감싸는데 조금 더 예쁜 품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SONG #14 사모
1절을 피아니스트 진보라와 함께, 2절부터는 이동식 무대에 앉아있는 15인조 현악단과 함께 부른 노래. 앤틱한 분위기의 배경 소스와 깨알 같은 샹들리에 AR이 있었다.
-SONG #15 웬수야
광대(?), 각설이(?) 복장의 고재경 배우와 함께한 무대. 찾아보니 이 분은 마임 전문 배우인 듯한데 장면 컷팅으로 배우를 잘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라 '뭐하는 사람이지?, 뭘 하려 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연출이었다.
-SONG #16 18세 순이
레트로풍의 트위스트 스타일의 편곡, 댄서들의 의상이 컬러풀하고 안무와 잘 맞는 느낌이었다.
-2차 환복
18세 순이 노래의 마지막 안무가 출연진 모두가 나훈아를 가리는 형태였고 그 틈을 타 나훈아는 옷을 갈아입는다. 조금은 편안해 보이는 파란색 체크자켓으로. 그리고 그의 손에는 어쿠스틱 기타가 주어진다.
-MENT 2 스페셜 토크 나훈아와 김동건 추억 묻은 이야기
이번에도 역시 8곡을 쉬지 않고 내리 부른 뒤에야 나훈아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진행자(?)김동건과 대담하는 형태의 토크 코너였다. 어려웠던 공연 제작, 훈장을 거절한 이야기, 노래는 언제까지? 세 가지 토픽으로 대화를 했다. 확실히 진행자가 있으니 없을 때보다 매끄럽게 토크가 진행되었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 '가수'라는 직업을 대하는 나훈아라는 사람이 참 진실되어 보였다. 반짝이는 눈빛이 그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와 닿았던 그의 말들을 문장으로 남겨본다.
-코로나한테 질 수는 없고, 기타 하고 피아노 하나만 올려주면 내가 혼자서 기타 하고 피아노 치면서 알아서 할 거니까 죽어도 한다. 그만큼 힘들었습니다.
-여러분 앞에 노래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술도 한 잔 마시고, 조금 실없는 소리도 하고 친구들하고 앉아서 쓸데없는 소리도 하고, 술주정도 하고 이러고 살아야 하는데 훈장을 받으면 그 값을 해야 하니까요, 그 무게를 못 견딥니다.
은퇴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그에게 김동건이 100살까지 노래하라는 덕담을 남기며 퇴장하고 다시 나훈아가 무대에 선다.
이후에는 신비주의 이야기, 언론에 대한 항변, KBS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하며 토크를 마무리한다.
제작 과정에서 그의 말을 절대 편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흐름을 위한 편집을 제외하면 그 약속은 잘 지켜진 듯하다.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기타를 치기 시작하는 나훈아, 무엇이 멋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정말. 감히 평하기가 힘들다.
-SONG #17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미니멀한 세션 구성으로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나훈아, 옛날 커버곡을 부르는 것이 의아하다 했는데. 서치를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실제 콘서트 현장에서는 나훈아가 팝송 OR 커버곡을 부르면 그때가 인터미션이라고 한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시간이라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오랜 시간 한 곳에 앉아있는 것이 힘들 수 있으니 의도적인 배려(?)라는 이야기도 있더라.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SONG #18, 19, 20 갈무리, 비나리, 영영,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부터 시작해서 큰 변화 없이 소규모 세션, 본인의 기타 연주로 노래를 이어간다. 생각해보니 이 부분까지 약간 쉬어가는 부분일 수 있겠다 싶다. 편안히 보고 있으니 노래가 좋다. 노래를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쯤 되면 모두가 나훈아의 매력에 빠졌을 것이다.
그래도 2부 마무리는 해야 되니까, 2부 마지막곡인 영영의 마지막 후렴구쯤 대곡 스타일의 편곡으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사모에서 사용한 이동식 무대에 합창단이 등장한다. 노래가 절정에 이르면 무대에서 분수 불꽃이 터지고 AR로 폭죽이 터지는데, 그래픽이 조악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뭐, 너무 고퀄이라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역시나 빠지는 것이 없는 연출이었다. 하나의 곡에 하나의 연출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던 무대들이었다. 콘서트를 공부한다면 처음 시작하는 람에게 이런 방식이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오프닝이 정말 충격적이었고 그 외 무대들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중간 토크 코너에서 나훈아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해서 가수 나훈아보다 인간 나훈아가 더 진하게 남는다.
쓰다 보니 계속 길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중간에 후루룩 넘어가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연출적으로 기록할 부분이 많지 않다면 또 그것은 그것대로 짧게 남기거나 언급하지 않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연이 끝나니 여운도 점점 옅어진다. 부지런히 써서 주말 전엔 나훈아 콘서트 리뷰를 끝내리라.
리뷰를 하면서 자꾸 헷갈리는 지점이 있다. 이 콘서트를 나훈아 세대가 아닌 '나'의 시선을 볼 것인가, 혹은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공연임을 감안해서 볼 것인가인데 완전히 독립적으로 분리해서 보기가 어렵다. 어떤 장면은 내가 보기에 아주 별로이지만 또 그때 그 시절, 혹은 그 사람들의 감성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평가를 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하다 보면 차차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써 내려가 보자.